[CIOBIZ+] Cover Story- 금융지주회사 IT전략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주요 금융그룹의 그룹 IT전략 수립 배경과 한계

 최근 1∼2년 새 주요 금융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바야흐로 금융지주회사 전성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우리금융지주가 국내 최초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지주, KB금융지주, SC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의 7개의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됐다. 여기에 IBK금융그룹, 농협 등도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설립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지주 체계로 전환되면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의 융·복합 상품 출시 및 고객관리가 수월해져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됨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시너지 제고를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변화는 금융지주 체계에 맞는 IT 인프라와 전략이 마련돼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금융지주에 걸맞는 IT인프라 확보 및 IT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금융그룹은 아니지만 한화·동양그룹의 금융계열사들도 통합 금융계열사의 IT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극복해야 할 한계가 많아 본격적인 그룹 IT전략이 적용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룹 IT전략 등 5가지 고민=금융그룹이 계열사 간의 시너지 제고를 위해 IT 관점에서 고민하는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그룹 IT전략 마련이다. 둘째는 그룹 차원의 통합마케팅 수행을 위한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과 데이터관리시스템 통합이다. 셋째는 그룹 통합 경영관리시스템 구축이고, 넷째는 그룹 IT아키텍처 및 IT표준화 정립이다. 마지막으로 그룹 차원의 IT거번넌스 수립이다.

 이 중 금융그룹들이 제일 고민스러워 하는 부분은 그룹 IT전략 마련이다. 금융그룹의 계열사들은 주력 은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수합병(M&A) 등으로 편입됐거나 몸집이 커진 경우다. 일부 증권이나 카드 계열사는 신설되기도 했다. 따라서 계열사별로 정보화 수준은 큰 차이를 보인다. 더욱이 계열사별 IT인프라 고도화는 개별 기업의 자체 IT 역량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룹 차원의 IT전략이 적용되지 못했다. 그만큼 각 계열사의 IT전략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금융그룹들은 그룹 IT전략 마련을 첫번째로 고민하고 있다.

 둘째는 그룹 시너지 창출을 위한 그룹 통합 마케팅 체계 마련과 그룹 차원의 데이터 통합 고민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은 계열사별로 고객과 상품 데이터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융·복합 상품이 늘어나고 다양한 교차판매가 확대되고 있어 은행에서 증권 계열사의 상품과 고객정보가 필요하게 됐고, 반대로 증권사나 보험사에서 은행의 고객 데이터가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열사 간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로는 그룹 차원의 단일화된 의사결정을 위해 개별 계열사별로 운용되던 경영관리시스템이 통합돼야 한다. 대표적인 통합 대상 정보시스템이 그룹 관리회계, 그룹 성과관리, 그룹웨어, 경영지원시스템 등이다. 또 최근에는 특정 리스크가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 따라 그룹 차원의 통합 리스크관리시스템도 필요하다.

 넷째는 그룹 IT아키텍처 및 IT표준화 정립이다. 현재 금융그룹들은 대부분 주력은행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가 수립돼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룹 관점에서 IT아키텍처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표준화도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룹 차원의 IT거버넌스 수립이다. IT조직 통합 등을 포함한 그룹 IT거버넌스 체계 마련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통합된 IT거버넌스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이러한 방안으로 적극 도입되고 있는 것이 IT조직 통합이나 IT자회사를 활용한 셰어드서비스센터 수립이다.

 ◇그룹 통합 정보시스템 추진=현재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활발하게 그룹 차원의 IT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하나금융그룹·산은금융그룹 등이다.

 지난 2001년 가장 먼저 지주 체계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그룹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그룹 차원의 그룹웨어시스템과 리스크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가동했다. 올해는 그룹 계열사 간의 업무 혁신을 위한 통합 영상회의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 외의 정보시스템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그룹 차원의 IT전략을 비교적 빠르게 실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주 출범 직후부터 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은행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할 때 그룹 표준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연성과 확장성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 통합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최근 지주사로 전환한 산은금융그룹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은금융그룹은 지주 출범 이전인 지난해 금융그룹 IT전략 마련을 위한 컨설팅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산은금융그룹은 지주 출범 초기부터 통합 정보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산은금융지주는 올해 산업은행·대우증권·산은캐피탈 등 전 계열사를 포함하는 그룹 차원의 통합 경영관리시스템, 통합 마케팅 체제 구축, 리스크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앞서 통합 그룹웨어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각 계열사별로 운영 중인 리스크관리시스템을 서로 연동해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관리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KB금융그룹 등 대부분의 금융그룹은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통해 마케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그룹 통합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 구축 등을 검토하고 있다.

 ◇IT거버넌스, 인력·조직 등 고민=그룹 차원의 IT조직 통합 등 IT거버넌스 수립은 우리금융그룹이 가장 앞서 시작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하나은행을 제외한 전 계열사의 IT업무와 인력을 하나INS로 통합했다. 올해는 하나은행의 IT업무와 인력이 통합된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IT운용 부문을 그룹 차원으로 통합한데 이어 올해는 개발 부문에 대한 통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산은금융그룹도 올해 하반기면 본격적인 그룹 차원의 IT전략이 실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 수립되는 그룹 IT전략에 따라 산은금융그룹의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등의 IT인력이 통합될 수도 있다. 또 현재 각기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통합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주 초기단계의 논의지만 IT자회사 설립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KB금융그룹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내부적으로 어느 정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그룹 차원의 통합 IT전략을 실행하기에는 이런 저런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KB금융그룹의 IT 역량은 90% 이상이 국민은행에 집중돼 있다. 비즈니스 규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금처럼 계열사간 불균형이 심한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일관된 IT전략을 추진한다고 해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향후 KB금융지주가 추가로 증권사를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은행과 증권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게 돼 그룹 차원의 IT전략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오는 2011년이나 2012년이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그룹 차원의 IT전략을 서서히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농협중앙회 IT분사로 구성돼 있는 IT조직은 신경분리가 이뤄지면 신용이나 경제지주에 편입되거나 아니면 중앙회 조직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어느 조직에 편입되든 해당되는 조직의 그룹 IT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중앙회 산하 조직으로 남아 신용지주와 경제지주를 모두 지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동원 삼성SDS 금융컨설팅그룹 수석컨설턴트 dongwon09.kang@samsung.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