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F가스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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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 메탄(CH?), 아산화질소(N?O), 수소화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육불화황(SF?) 등 총 6가지. 배출량이 가장 많은 CO?가 대표적인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른 가스가 월등히 높아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하지만 HFC·PFC·SF? 등 F가스는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산업분야 제조공정 상 필수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늘어나는 수요와 감축이라는 대의명분 앞에서 F가스는 지금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F가스는 불소(F)를 함유하고 있는 기체를 통칭하지만 최근에는 HFC·PFC·SF? 등을 주로 일컫는다. 이들 가스는 대부분 기존에 사용되던 이들 F가스는 몬트리올의정서에 의해 생산이 금지된 일명 프레온 가스인 염화불화탄소(CFC), 염화불화탄화수소(HCFC) 대체물질로 개발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1930년에 개발돼 지금까지 냉장고 및 에어컨을 포함한 냉동공조기기 냉매와 발포제·세정제·분사제 등으로 사용돼 온 CFC·HCFC는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산업공정에 적용하기 쉬워 가장 완벽한 냉매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지금은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서도 생산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1996년부터 가정용 냉장고와 자동차 에어컨의 냉매로 주로 사용되던 CFC의 생산을 금지하고 가정용 에어컨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HCFC 규제를 시작했다.

CFC·HCFC의 대체냉매로는 HFC가 가장 빠르게 시장에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HFC도 교토의정서에서 6개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어 제 2의 대체물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사용하는 SF?은 CO?에 비해 지구온난화지수가 무려 2만2000배나 높다. SF?가스 1톤이 CO?2만2000톤과 똑같은 온실가스 효과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완전히 소멸하는데도 3200년이나 걸린다.

2007년 우리나라의 총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2000만톤으로 그중 4.7%가 F가스에 의한 것이다. 가스별로는 HFC계열이 CO?로 환산할 경우 730만톤 배출됐고 PFC계열은 290만톤, SF?는 1900만톤 가량 배출됐다.

유럽에서는 2017년부터 온실가스기여도가 150(CO?의 기여도를 1로 기준)을 초과하는 F가스를 사용한 에어컨을 장착한 자동차에 대해서는 등록·판매·운행이 금지되고 F가스 충전 또한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PFC와 HFC를 사용하는 냉장고·에어컨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SF?을 사용하는 산업공정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 위해 근거 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F가스의 사용을 제한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F가스 감축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F가스의 대표적 수요처인 디스플레이 업계는 추가적인 감축에 한계가 있는 에너지보다는 F가스의 한 종류인 SF?감축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다량의 열에너지를 공급해 안정화된 SF?를 분해한 뒤 대기중으로 배출하는 고온분해기술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조사 결과, LCD 제조업계가 향후 10년간 SF? 감축을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운영비를 포함해 약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렇듯 투자비 및 운영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도 고온 분해기술은 대체물질 적용이나 회수 및 재활용 기술에 비해 공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적어 디스플레이업계에서 중점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대체가스개발이나 회수 방법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대체가스의 적용부분에서는 F? 이온의 공급원을 SF?가 아닌 온난화지수가 낮거나 없는 물질로의 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체가스의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해 SF?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분리막과 정제 기술을 이용해 SF? 분자만을 별도로 분리해 공정에 재투입하거나 재활용하는 회수 및 재활용 기술은 아직까지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본·독일 등 글로벌 가스제조사들이 회수 및 재활용 기술 적용을 디스플레이업계에 제안하고 있지만 적용을 위한 기술개발에 따른 비용이 크고 배출되는 SF?의 농도가 낮아 회수할 수 있는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F가스 감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작업도 한창이다. 유엔(UN)에 등록된 청정개발체제(CDM) 방법론에 근거해 2006년 1월 전에 양산 화된 라인은 SF? 감축활동을 CDM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권(CER) 확보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 CDM 사업이 불가한 라인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실적 등록사업 추진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해 조기 감축활동에 대한 인증을 확보하는 방안도 많은 기업에서 검토 중에 있다.

이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CDM 사업에 대한 정부 승인을 획득했고 유엔에 CDM 사업 등록을 신청할 예정이다. 후성은 이미 HCFC22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HFC23을 열분해처리하는 방법을 CDM 사업으로 추진해 2006년 이후 연간 220만톤 정도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하지만 F가스 감축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SF? 고온 분해시설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처리효율의 한계로 미처리된 가스가 배출되고, 다량의 에너지 소모로 인해 온실가스를 완전히 감축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대체물질의 개발, 회수 및 재활용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지만 개별 장비 업체와 가스업체에서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때문에 미래 녹색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기술에 대한 자금 및 기술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 중국을 비롯한 기존의 선진국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대체물질 개발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가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인 대체물질의 수요가 늘 수 있도록 정부가 초기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HFC처럼 해외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F가스의 자체개발에 성공하지 못하면 관련 산업은 선진국에 종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