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울리는 `국산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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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산은 문자음성전환 기본, 국내는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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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휴대폰이 문자음성 전환, 화면 확대 등 장애인의 접근성에서 외산 제품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휴대폰 키패드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반으로 진화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성이 더욱 멀어지고 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전자신문이 국내외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의 전략 단말기와 장애인 배려 정책을 조사한 결과, 외국 기업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플의 ‘아이폰 3GS’는 저시력 노약자와 시각장애들에게 유용한 화면 확대 기술과 전체 화면 항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문자음성전환(TTS:Text to Speech) 기능을 기본 탑재했다. 한국어를 포함해 21개국 언어를 지원한다. 화면 배경을 흑백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있다. 구글의 넥서스폰은 이보다 더 나아갔다. 장애인들이 음성을 통해 다이얼 패드 위치를 인식할 수 있는 아이즈 프리 커뮤니케이션을 탑재(프리로드)했다. TTS 기능 역시 아이폰보다 정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삼성전자의 ‘옴니아2’와 LG전자의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안드로-1’에는 이 같은 기능이 없다. 삼성전자의 B500, W270 등 10종가량의 옛 모델이 TTS를 지원하지만, 아이폰처럼 휴대폰 전 메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제품은 없다. LG전자도 전 메뉴에 TTS를 지원하는 휴대폰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TTS 기능도 비장애인을 위한 편의기능으로 변질됐다. 현준호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은 “국내에서는 TTS 기능이 휴대폰을 확인할 수 없는 운전자 등 비장애인을 위해 구현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 발전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기업이 외국기업과 달리 장애인 휴대폰 접근성을 지원하는 회사 차원의 정책이 전무한 데 따른 결과다. 이성일 성균관대 교수는 “외국 기업은 휴대폰을 개발할 때 장애인 지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협력 업체에 이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국내에 이 같은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외국 기업들은 이와 다르다. 애플은 휴대폰 개발에 장애인 개발자를 참여시킨다. 시각·청각·지체 장애 등 장애 유형별로 필요한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공급한다. 노키아와 모토로라도 제품 개발단계부터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했다. 홈페이지에 접근성(accessibility)이라는 항목을 마련해 장애인이 필요한 기능을 쓸 수 있게 했다.

 휴대폰업체 관계자들은 “시장 크기의 제약으로 장애인만을 위한 휴대폰을 개발하거나 정책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들이 장애인을 시혜적으로 대하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장애인 전용으로 ‘책 읽어주는 휴대폰(LG LH8600S)’을 개발해 지난해 말 2000여대를 무상 기증했다. 그런데 이 제품은 장애인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없는 이통사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LG전자에 직접 구매를 요청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정보화진흥원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여기지 않아 이벤트성으로 제품을 출시했다가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많다”며 “국내 250만명과 전 세계 65억 인구 중 10%에 달하는 6억5000만 장애인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