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식 영어 발음이 인상적인 라마찬드란 박사는 한국에도 꽤 알려져 있는 인지 심리학자이자 신경 과학자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뇌 인지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뉴스위크가 선정한 ‘21세기 주목할 세계의 100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의 여러 연구를 단순화한다면, 관계지향적인 아시아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뇌의 활동과 특성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의 역할이 그렇다. 이 신경세포는 간단히 말해 공감(共感)을 실현하는 세포다. 남의 처지를 이해하거나, 부모의 행동을 흉내내거나, 이웃과 함께 아파하는 능력은 거울신경세포 덕분이다. 그는 5만년 전, 인류가 급격히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거울신경세포의 발현으로 도구나 불을 사용하는 능력이 순식간에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심지어 아픈 사람의 몸을 쓰다듬어주면, 자신의 건강도 함께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공감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한때 중국학 연구자들은 중국의 관시(관계)문화를 두고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혈연이나 학연, 혼맥 등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꽌시 문화는 중국이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면서 점차 사라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합리적 사고가 지배하기 때문에 능력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인맥 중시 풍토는 비합리적인 사고로 터부시되기 때문이다. ‘꿩 잡는 게 매’란 속담처럼 회사를 키우는 인재가 대우받기에 꽌시문화는 그 힘을 잃을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에 관시문화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중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형성되고 발전된 인맥중시의 관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이 급격하게 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하면서도 관시는 사라지지 않았다. 또 세계경제가 소규모 다품종 생산체제로 바뀌면서 가족경영, 인맥중시의 ‘관시 자본주의’는 이 체제에 걸맞은 생각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관시 자본주의의 핵심은 공감하는 능력을 자본화하자는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다면 좋은 인연은 맺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본다면 관시는 상대와의 친숙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이득만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발전을 통해 서로 책임감을 느끼고, 잘못되었을 때 함께 아파하는 것이다. 물론 관시 현상의 이면에는 남성우월주의 시각, 뇌물과 부패의 원인이라는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그러나 시장주의만이 합리적이고, 그 밖의 생각은 모두 비합리적이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게다가 겉으로는 합리적인 체하는 서구의 많은 경영자들이 실은 각종 로비나 뇌물을 통해 인맥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불법을 저지르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지 않았는가.
2008년 미국 자본주의의 실패 이후, 새로운 경제체제를 모색하고 있는 요즘, 거울신경세포가 발달했다는 아시아인들이 공감의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풍토에서 인류사회에 귀감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