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사이언스 인 컬처- 부성애

 ‘세인송.’ 가수 이적이 37일 된 딸 세인이를 위해 부른 자장가다. 트위터에 동영상으로 올라온 세인송은 다정한 아빠 이적의 모습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적 뿐만 아니라 많은 남자 연예인 아빠들의 다정한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인 주영훈은 딸을 키우며 육아일기를 미니홈피에 올렸고, 가수 타블로와 윤도현도 트위터 등을 통해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렇듯 연예인의 자상한 아빠 이미지가 화제가 되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런 아빠들이 없다는 방증이다. 왜 아빠는 육아에 소홀할까. 몇몇 눈길을 끄는 과학적 연구가 있다.

 우선 ‘유전적 투자’에서 아빠의 양육 소홀이 기인한다는 의견이다. 여성의 난자는 크며 자원도 많이 잡아먹는다. 게다가 열 달 동안 태아를 뱃속에서 키운다. 이와는 달리 남성의 정자는 아주 작다. 생성하는 데 자원도 얼마 들지 않는다. 즉 여성에게 번식은 씨앗의 생성부터 잉태까지 많은 투자가 수반되는 반면 남성은 적은 자원으로 만든 씨앗만 뿌리면 번식의 역할이 다하는 것이다. 2세에 대한 투자량이 다르기 때문에 양육에 대한 관심의 크기도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2세에 대한 확신’이다. 여성은 자신의 배에서 태어난 2세가 친자식이라는 확신이 100% 가능하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혈액형이나 DNA로 친자식 감별이 어려웠던 예전만 하더라도 남성이 특정 2세를 자신의 씨앗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완전히 확신하긴 힘들었다.

 1977년 혈액형 분석을 통해 영국 리버풀 지역의 아이들을 조사한 결과, 20∼30%가 아빠의 친자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동물의 사례를 통한 물증도 있다. 약 90%가 일부일처제로 살아간다고 알려졌던 조류의 경우다. 1984년 영국 학자 알렉 제프리스가 개발한 DNA 지문 분석법으로 친자여부를 조사해 본 결과, 최고 40% 가까이가 다른 수컷의 새끼라는게 판별됐다. 여성 파트너가 낳은 2세가 내 새끼가 아닐 수도 있다는 남성이 가진 불안감이 확인된 셈이다.

 ‘육아 대 짝짓기의 비용 효과’도 나름의 근거다. 주변에 새로운 짝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면, 육아보다 새로운 짝짓기가 더 효과적인 종족 번식 본능을 충족하는 수단이 된다.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새로운 짝짓기가 비교적 쉬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신빙성 있는 논리다. 또 육아에 힘을 쓰는 아빠는 미혼인 남성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낮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육아에 매진할수록 종족 번식에 필요한 남성적 매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분석들이 있더라도 아빠의 낮은 육아 기여도가 정당화될 순 없다. 여성과 남성이 육아 부담을 공유하는 가정에서 크는 아이가 더욱 훌륭하게 자란다는 것은 상식처럼 공유되는 사실이다. 또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보람은 번식 이상의 만족감을 안겨준다고 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