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하나의 세계, 실감미디어]<2부-10> 글로벌 경쟁력 시급하다- 3D콘텐츠 제작 매뉴얼 시급

한국콘텐츠진흥원 3D 촬영 교육 수강생들이 지난 12일 서울광장에서 자체 제작한 3D 촬영장비로 월드컵 응원에 나선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3D 촬영 교육 수강생들이 지난 12일 서울광장에서 자체 제작한 3D 촬영장비로 월드컵 응원에 나선 시민들을 촬영하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문화체육관광부 3D 정책 추진 일정

 “맨땅에 헤딩한다는 심정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문화체육관광부 브리핑룸에서 윤제균 감독은 3차원(3D) 영화 제작의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영화 ‘해운대’를 연출한 윤 감독은 현재 ‘제7광구’라는 3D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윤 감독의 계획은 5월 말까지 사전 작업을 마치는 것이었다. 그는 사전 작업 중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미술 파트만 보더라도 2D와 3D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세트를 설치할 때도 입체감을 고려하다 보니 전혀 다르게 제작을 해야 합니다.” 그는 입체감 기준을 어디에 둘지도 큰 고민거리였다고 말했다. “인물을 앞에 둘 것인지, 혹은 뒤에 둘 것인지에 대한 회의도 기술 스태프와 몇 개월 동안 해왔습니다.” 문제는 이 기준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

 ‘아바타’ 이후 3D 콘텐츠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제작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실제 영화 콘텐츠의 경우 이렇게 찍어야 한다는 ‘매뉴얼’이 전혀 없기 때문. 결국 제작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를 반복하며 몸으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 터득한 기술도 콘텐츠 제작 업계의 특성상 체계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기 어렵다. 알음알음 물어서 스스로 체득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케이블방송 한 프로듀서는 “위에서는 시범적으로라도 좋으니 3D 콘텐츠를 만들어보라고 계속 요구하지만 실무진 입장에선 어떻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지 몰라 매우 난감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D 관련 콘퍼런스와 세미나에는 업계 참여가 줄을 잇는다. 특히 촬영감독 등 영상 종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행사 내용에 대해 아쉬워한다. 3D 이론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2D를 3D로 변환하는 작업 교육이 많아서 실사 촬영 방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똑 부러진 해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접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고 해도 비용이 문제다. 윤제균 감독은 ‘제7광구’ 제작을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많은 이들이 망설이는 요소로 비용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촬영기기를 임차하는 데도 일반 2D 장비의 두세 배를 훌쩍 넘으며, 그마저 국내에서는 수급이 어렵다. 하기에 아이디어를 갖췄어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것이 3D 콘텐츠 제작이 돼버렸다.

 최근에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초 3D 콘텐츠 제작 실무 과정을 마련했다. 현직 촬영 종사자에게 3D 콘텐츠 제작 이론을 교육하는 동시에 실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12일 남아공 월드컵 응원전이 벌어진 서울광장에는 수강생들이 나와 3D 영상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렌즈 교환식(DSLR) 카메라로 직접 3D 영상 촬영기기 ‘리그’를 만들어 응원하는 시민을 카메라에 담았다. 촬영에 나선 수강생 김화영씨는 “현업에 있는 이들이 3D 콘텐츠를 제작하려고 생각을 해도 매뉴얼이 없다 보니 콘진원의 교육 과정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수강생 김준아씨는 “2D와 3D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최대한 입체 위주로 생각하고, 그 문법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를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분야에서 3D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갖추는 일과 더불어 정책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제균 감독은 “3D 영화 제작을 위해 1년 반을 준비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면서 “이를 물어볼 사람이 없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가에서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만큼 상황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며 “콘텐츠 만드는 이들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만큼 선진국에 비해 3년에서 5년 정도의 공백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