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태양전지연구센터에는 전 세계적으로 딱 한 그루 뿐인 희귀한 나무가 자라고 있다. 높이 2m 남짓의 이 나무는 얼핏 대형 화분을 연상케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뭇잎이 예사롭지 않다. 바로 태양 전지판이다.
다소 엉뚱하고 초등학생의 발상처럼 느껴지는 이 발명품은 일명 태양광나무, ‘솔라트리(Solar Tree)’다.
◇태양광 나무는 어떻게 탄생했나=태양광 나무는 나뭇잎 형상의 태양전지를 통해 받아들인 태양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꿔 저장,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나의 독립된 전원 공급원이다. 마치 살아있는 식물의 나뭇잎이 태양을 통해 광합성을 하듯이 태양광을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나무 형태의 발전 시스템이다.
그런데 왜 하필 나무일까? 처음 ‘솔라트리’라는 용어를 접한 이들은 대부분 실제 형태가 나무일 것이라는 상상을 선뜻 못한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 나라에서 거대한 태양 전지 패널을 미국처럼 무작정 지면에 설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발상에서 태양광 나무는 시작됐다. 땅 위로 펼칠 것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도 수많은 나뭇잎 태양전지들이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다. 3차원 공간에서 햇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는 자연스럽게 나무일 수밖에 없다.
◇최첨단 에너지 기술, 6m 나무에 집약=단순해 보이는 나무 한 그루이지만 이 속에는 최첨단 기술이 결집됐다. 우선 태양전지는 고효율 박막 태양전지를 사용한다. 태양빛이 들어오는 입사각에 대한 의존성이 적고 흡수영역대가 다른 태양전지를 이용해 그림자로 인한 효과를 최소화했다. ‘셀프 클리닝’ 기술 등이 포함된 표면처리기술도 적용됐다. 태양광을 받아야 하는 특성상 야외에 이 나무를 세워둬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밑둥 부분에는 2차전지 기술이 적용된다. 초고용량 양극 소재 제조 기술이나 탄소피복 실리콘계 음극소제 제조기술 등이 포함됐다. 시스템 모니터링과 네트워크 연결까지 가능하다니 평범한 나무는 분명 아니다.
◇독립 전원용으로 효율성 최상=이 나무가 상용화하면 적용 범위도 매우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솔라 가로등은 나무 형태 시스템으로 독립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어 전기가 원활히 공급되지 않는 지역에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통신중계기, 가로등, CCTV 등 기존 설비와 합쳐 적용할 수도 있다. 비록 초기 단계 소량 생산 과정에서는 나무 한 그루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지만 대량 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단가도 대폭 인하될 전망이다. 각 가정에서도 태양광 나무를 독립된 전원 장치로 활용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KIST, 3년 내 상용화=KIST가 내달까지 개발하려는 솔라트리 모델은 2m짜리다. 궁극적으로는 6m짜리 솔라트리를 통해 1Kw의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다. 제법 거대한 높이의 나무다.
이 나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유럽에서 이 같은 아이디어로 연구를 하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된 적은 없다. KIST는 나무 모양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이 디자인에 대해 특허를 출원할 계획이다.
현재 KIST 센터에 설치된 나무는 실제 나무를 사다가 태양전지 나뭇잎을 붙여놓은 형태이지만 최종적으로는 알루미늄 기둥에 전선이 포함된 태양광 나무 형태를 갖추게 된다. 당초 목표 기간인 3년내에 기존에 완성된 원천기술들을 결집해 솔라트리라는 성과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나무가 완성되면 참여기업과 공동 개발을 통해 참여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한 뒤 이전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가로등 사업 등은 연구 과제 종료 후 1∼2년 내 기술이전을 목표로 잡았다. 녹색성장위원회 등에서 추진하는 건물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태양광 조명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태양광 나무의 제모습을 갖추기 위해 막바지 작업에 여념이 없는 김경곤 KIST 태양전지연구센터 센터장은 “내달이면 2m짜리, 연말까지는 6m짜리 대형 태양광 나무가 완성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각 가정에 태양광 나무를 한 그루씩 보급해 저렴하게 전기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 대량 생산에 따른 경제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