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온라인전기차(OLEV)

효율과 경제성 문제 놓고 의견 엇갈려

지난해 8월 KAIST에서 열린 온라인전기차(OLEV) 시연 모습
지난해 8월 KAIST에서 열린 온라인전기차(OLEV) 시연 모습

‘달리며 충전하는 전기자동차.’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의 기본 콘셉트다. 아직 세계 전기자동차 산업계에서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는 배터리 크기와 충전 시간, 비용 등의 문제를 새로운 개념인 온라인 충전을 해법으로 제시한 OLEV. 문제는 효율과 경제성이다. OLEV 사업을 두고 여러 전문가들이 ‘갑론을박’ 하는 이유다.

◇왜 전기차를 온라인으로?=기존 전기자동차는 대략 세 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존의 내연기관을 주 전원으로 하면서 2차전지를 보조전원으로 활용, 화석연료 사용과 매연을 줄인다. 내연기관의 구동과 함께 배터리가 자체 충전되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스템이 복잡하고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조금 다르게 2차전지를 주전원으로 사용하고 내연기관을 보조전원으로 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 사용을 최소화했으며, 전기자동차는 2차전지로만 달리는 ‘무공해 자동차’다. 하지만 이들 자동차는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 충전시간 및 충전소 설비 비용, 리튬 등의 2차전지 원료 가격 상승이라는 여러 난제를 포함한다. 대부분 전기차가 지나치게 고가인 이유도 배터리 가격 탓이다.

OLEV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코자 한다. 가장 중요한 배터리 충전 문제를, 땅에 매설된 선로에서 직접 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풀었다. 국내 OLEV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KAIST의 한 교수는 “전체 선로 중 50%가 급전선로(전력이 공급되는 선로)라 가정한다면 충전되는 양이 사용되는 양보다 많아 배터리 소모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즉 배터리가 많은 양의 전력을 저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2차전지 원료 소모는 물론이고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KAIST 측에 따르면 급전 선로에서 배터리가 있는 집전 모듈까지 전력이 도달하는 집전 시스템의 효율이 80%에 이르기 때문에 평균 25% 내외의 내연기관 자동차는 물론 다른 전기자동차보다 훨씬 전력 낭비가 적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정한 선로를 달리는 버스에 OLEV 방식을 도입하면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이는 ‘녹색 운송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남표 KIAST 총장이 “OLEV 사업이 성공적으로 상용화되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큼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 이유다.

◇의심받는 ‘전력 효율 80%’=하지만 이 ‘고효율성’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일단 집전 시스템의 효율이 80%에 이른다고 해도 배터리의 효율도 따져봐야 한다. 배터리에서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모터까지 전력을 송신하려면 컨버터(변압기)를 거쳐야 하는데, 이때의 효율도 80%를 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버스 등 실제 생활에 도입 시 급전 선로의 비율이 전체 선로의 20%를 넘지 못한다는 주장을 보태면 최대 효율은 64%가 된다. KAIST의 OLEV사업 예비타당성 평가에 참여했던 나완수 성균관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는 “OLEV의 집전 시스템 효율도 높아야 50%정도 될 것으로 추산한다”며 “이 사업이 강한 반대에 부딪힌 데는 KAIST가 지나치게 이상적인 효율성을 제시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만일 집전 효율이 50%라면 OLEV의 전체 전력 효율은 40%에 지나지 않는다.

투입되는 R&D 예산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점도 지적된다. 조보형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교수는 “사실상 노선버스에 국한된 사업 모델은 국내는 물론이고 수출용으로도 사업성이 전혀 없다”며 “순수전기버스(PEV)의 배터리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과 온라인 전기차의 유지 보수 비용 등을 감안하면 PEV 대비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박영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도 “지난해 250억원, 올해 150억원의 예산을 받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52.1점의 낙제점을 받는 등 실속 없는 투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OLEV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친환경 교통을 위한 R&D 과제임에는 분명하다는 게 중론이다. 나 교수는 “과장된 고효율이 아닌 현실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정책을 입안하고 투자를 검토해 연구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 말했다.

<온라인전기차 전력 효율 계산 방법>

전체 전력 효율=급전선로 설치 구간 비율 × 집전효율(직접 모터로 가는 에너지 비율+배터리효율(1-직접 모터로 가는 에너지 비율)+(1-급전선로 설치 구간 비율)×집전효율·배터리효율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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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공원의 `코끼리 열차`로 도입된 온라인전기차(OL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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