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2.0 열풍] 중국, 사람 수 벤처 수 모두 못 센다

“중국 인구를 셀 수 있습니까? 중국의 벤처기업 숫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베이베이 샤오 칭화대 공학물리학(Engineering Physics)과 전임교수는 중국 벤처의 힘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그는 “한 해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5년 전보다 5배가 늘었다”며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졸업생들이 의욕적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1988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든다는 기치 아래 `중관춘 과기원`을 조성했다. 이 지역 39개 대학, 200여개 연구소의 관련 인력은 30만명에 달한다. 지난 1994년에는 당초 100만㎢였던 지구 면적도 벤처 붐이 일면서 약 230만㎢로 늘어났다. 이 대지 위에서 매년 약 4000개 기업이 창업하고 그 절반이 사라진다. 현재 입주 기업만 2만여개, 전체 매출액은 180조원에 이른다.

중국에는 이런 벤처 지구가 여럿 존재한다. 상하이, 쑤저우 · 항저우, 선전, 충칭 등 중국의 명문대학 주변에서는 여지없이 벤처기업 타운이 발견된다.

인력 구성도 다양하다. 중국 내 벤처기업 인력은 세 부류로 나뉜다. 중국에서 대학원까지 졸업한 순수 국내파가 있다. 절강대 출신들로 구성된 푸조우 락칩 일렉트로닉스는 멀티미디어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해 국내 아이리버 등에도 공급했다. 스탠포드 · 버클리 등 미국 명문대학 유학파가 설립한 대표적 기업은 CMMB칩을 최초로 개발한 이노피데이다. 미국에 근거를 두고 중국내 노동력을 이용하는 텔레전트, 에버링크 등도 있다. 이 회사들은 연 매출액 3000억원 이상을 올리는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오자 학생들도 벤처를 설립하는데 긍정적이다. 칭화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장 싱랑(21)씨는 “중국에서는 인재들이 공과대학에 진학해 박사 · 석사 과정까지 마치려는 경우가 많다”며 “벤처를 설립하고자 하는 친구들도 주변에 상당수”라고 말했다.

학교의 지원도 뒤따른다. 칭화대 주오칭 공학물리학과 겸임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벤처 설립을 독려하는 편”이라며 “각 대학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국 규모의 공학기술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졸업 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도 벤처 탄생의 밑거름이다. 모바일TV 분야에서는 `CMMB`, 이동통신에서는 3세대(G) `TD-SCDMA`, 4세대(G) `TD-LTE` 등을 제정해 자국 내에서 개발하도록 한다. 정부에서 직접 특허풀을 만들어 특허권을 가져 해외로부터의 특허침해소송도 효과적으로 방어한다.

선순환 구조가 조성되자 각국 벤처투자 펀드도 중국으로 모이고 있다. 펀드분석업체 제로2IPO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사모펀드는 총 190억3000만달러(약 23조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기술부국(技術富國)이 세계 인구의 5분의 1, 전세계 최대 소비시장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