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대국 2020]2차전지 업체, 전기차 · ESS 시장으로 `퀵턴`

[전자대국 2020]2차전지 업체, 전기차 · ESS 시장으로 `퀵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연도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수요 총용량

이제 자동차도 IT · 전자제품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 전혀 낯설지 않다. 고급 자동차 원가의 40%는 이미 전장 부품이 차지한다. 향후 전기자동차는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10∼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럴 경우 자동차에서 전자부품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최근 산업계에서 리튬 2차전지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기차의 운행거리는 배터리 성능이 좌우한다. 배터리 이외에도 모터의 고온 시 대응, 차체와 각종 부품의 경량화, 냉난방 문제, 통신기능 고도화, 차량 전체의 에너지 등 기술 문제가 있지만 기본성능은 배터리에 의존하는 구조다. 국내 2차전지 업계는 1990년대 말 소형 휴대폰 ·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소형 2차전지 시장에 진입해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2000년대 이후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연구를 시작해 최근 들어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공급계약을 속속 맺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2차전지 업계는 최근 빠르게 성장했다. 우리나라 전지 업체 양대축은 단연 삼성SDI와 LG화학이다. 일본 시장조사기관인 인스티튜트 오브 인포메이션테크놀로지(IIT)에 따르면 삼성SDI가 올해 세계 2차전지 시장에서 일본 경쟁업체를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를 전망이다. LG화학도 소니를 제치고 3위 수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산요가 19.8%의 시장을 점유했으며, 2위인 삼성SDI는 18.3%, 3위는 LG화학으로 13.4%였다. 수익성 역시 양사는 지난 2008년 적자를 극복하고 작년과 올해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다. 또 그간 휴대폰, 노트북 등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2차전지 사업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진행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전지 업체, 전기차 잡기 `시동`=최근 LG화학과 삼성SDI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잇따라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SDI가 출자사인 SB리모티브를 통해 BMW에 2차전지를 공급할 예정이고 LG화학은 올해 10여개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GM을 시작으로 공급 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2차전지 업체들이 신시장인 전기차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한 데는 소형 가전과 노트북PC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삼성SDI와 LG화학이 최근 들어 휴대폰 · 노트북 등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기업 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아 중국업체에 언제 순위를 내줄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중국에서는 BYD, 리션 등의 업체들이 저가를 앞세워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노트북PC 시장은 완숙기에 접어들었고 휴대폰 역시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례로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일고 있지만 2차전지 업체로선 기존 휴대폰 수요가 단지 스마트폰으로 바뀔 뿐 2차전지의 공급 물량이 증가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 내부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은 2차전지 업체의 놓칠 수 없는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전기차에선 선도 업체인 일본이 초기 판단 실패로 선점 시기를 놓쳐 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은 잇따라 글로벌 자동차와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그간 일본 업체들이 가격은 저렴하지만 효율이 낮은 니켈수소 중심으로 또 자동차 업체 주도로 합작사를 설립했지만 시장 예측에 실패했다”며 “이는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잇따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경쟁은 내년 이후 본격화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업체들이 서로 간 연합전략을 펼쳐 진영을 새로 가다듬고 있다. 아직 전지 성능과 가격이 소비자의 입맛을 맞추기에는 부족해 전지 성능 개선을 위한 전지소재와 특성의 연구개발(R&D)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어느 누구도 섣불리 시장을 선점했다는 우월감에 도취될 수 없는 이유다.

◇ESS 시장도 한판 승부 `예고`=자동차 시장과 함께 전지업체로서 신시장으로 부각되는 사업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이다. 세계가 자원고갈과 환경 위기에 직면하면서 각국은 전기차 이용 확대 등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태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풍력은 천연자원으로 빛과 바람의 세기에 따라 불규칙하게 에너지가 생산돼 이를 저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저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의 배터리가가 필요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ESS 시장은 10년 뒤 2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또 가구별로 ESS가 생활 필수 기구가 된다면 이곳에 들어가는 전지수요 또한 천문학적인 규모로 커질 것이란 게 시장조사기관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 2차전지 업체는 소형 전지분야에서 10년 만에 일본을 따돌린 자신감에다, 세계 전기차용 전지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한 실력까지 겸비해 승산은 충분하다. 특히 삼성SDI와 LG화학 등 국내 업체는 모두 제주실증 단지에서 스마트그리드용 전지 실증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노하우와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그만큼 일본 · 중국 등 경쟁자에 비해 스마트그리드에 최적화된 ESS용 전지사업을 수행할 기초체력을 다진 셈이다.

실제 삼성SDI와 LG화학은 이를 발판으로 각각 미국의 ESS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SDI는 미국의 글로벌 전력회사인 AES에너지스토리지와 내년까지 `전력계통 보조서비스`용 20㎿급 규모의 ESS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LG화학은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SCE가 추진하는 `가정용 ESS 프로그램`의 배터리 최종 공급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ESS 시장 역시 R&D 투자가 많이 진행돼야 할 전망이다. ESS용 전지는 지금의 소형 2차전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이 요구되며, 제조기술 또한 초고난도의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도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수요 용량(단위 GW/h)

자료 일본 하이에지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