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게임] 2회 게임은 친구들 이어주는 고리

[포스트게임] 2회 게임은 친구들 이어주는 고리

청소년들은 게임에 열광한다. 부모들은 우려한다. 게임에 대한 부모와 자녀들의 생각은 하늘과 땅 차이다. 보통의 청소년은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게임을 즐기고 있을까. 어른들의 시각으로 걸러진 `청소년과 게임`의 이미지가 아닌 아이들 스스로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었다. 이미 입시경쟁에 접어든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만나서 게임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게임이 가장 재미있는 놀이 중 하나”이고 “반에서 게임을 하지 않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총쏘기(FPS)나 스타크래프트 등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게임이 몇 가지 있긴 했지만 즐기는 게임의 범위는 넓고 다양했다. 예상보다 PC방에 깔려 있는 CD 게임을 즐기는 경우도 많았다.



▲성욱=`서든 어택` 같은 FPS하고 스타크래프트를 많이 해요. 주로 승부를 겨루고 이기는 재미가 있어요. `서든 어택`은 짧은 시간에 승부를 낼 수 있고, 스타크래프트는 머리를 써서 전략을 짜는 것이 재밌고요. 요즘 인기라는 `문명 V`를 해 보고 싶은데 한번 시작하면 끝낼 수 없다고 해서 고민 중이예요.

▲준현=저는 `메이플 스토리`요. 요새 패치된 후 레벨 올리기 쉬워진 것 같아요.

▲상현=스포츠를 좋아해 야구 게임 `마구마구`와 축구 감독 역할 게임인 `풋볼 매니저`를 많이 했는데 얼마 전에 끊었어요. 휴대폰으로 야구 게임은 자주 해요.



모바일 야구 게임 얘기가 나오자 아이들의 대화가 갑자기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그 게임 조작 어떻게 하는 거냐?` `무슨 아이템이 효과가 좋으냐?` 등을 놓고 열띤 대화가 오갔다.



▲민섭=보통 학교에서도 이런 식이예요. 누군가 게임 얘기를 꺼내면 거기에 대해 서로 아는 척하며 얘기하는 거죠. 게임이 친구들 대화를 터 주는 역할을 해요.

▲성욱=남학교니까 아무래도 여자 얘기가 제일 많고…. 그 다음은 게임, 스포츠 얘기인 거 같아요. 스타크래프트, 이런 상황에선 이런 전략을 쓰면 된다, 안 된다 싸우다 같이 PC방 가서 한번 붙어보는 식이죠.



하지만 게임을 많이 할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부모가 게임 플레이를 제한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반반 정도. 하지만 학교 끝난 후 밤 늦게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거나 학원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준현=평일엔 친구들과 뭘 같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어요. 다들 시간이 어긋나니까요. 그러다 보니 잠깐 시간이 났을 때 게임을 더 많이 하는 거 같아요. 아니면 주말에 게임을 몰아서 하던가, 밤에 잠깐 게임하고요.

▲성욱=친구들과 길게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시험 끝나는 날 같은 때나 좀 놀죠. 보통 노래방이나 PC방 가요.



게임을 하다 보면 자꾸 당초 생각 이상으로 많이 하게 된다는 데엔 대부분 공감했다. 두 명은 게임에 깊이 빠지는 시기를 한번쯤 겪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 1명은 게임을 완전히 중단했고, 다른 한명은 여전히 게임을 많이 즐기지만 생활과 균형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많이 걱정하는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성욱이는 “사실 18세 버전 `서든 어택`도 해봤다”며 “게임은 게임일뿐 어른들 걱정처럼 현실과 구분을 못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었다. 특별히 부모의 지갑을 뒤지지 않아도, 포털 사이트 가입 등을 위해 필요한 부모 동의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등의 일방적 규제보다는 아이들이 부모들과의 원활한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게임이용을 조절하는 게 더 바람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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