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에 우리 땅 쓰세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 입지 선정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1차 관문인 부지 평가를 앞두고 과학벨트 유치전에 뛰어든 주요 지자체들이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답안지` 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입지로 선정된 승자라도 많게는 수 천억원에 이르는 토지 수용비를 포함한 부지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을 직접 부담하는 `멍에`를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 `평당 1만~1만5천원` 주장..다른 지자체 "가격 전부 아니다"=20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이하 과학벨트위)와 교육과학기술부 과학벨트기획단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역 132개 시·군은 오는 22일까지 과학벨트 입지 후보 부지에 대한 상세 내역을 제출해야 한다.

과학벨트 핵심 요소인 중이온가속기(33만평)와 기초과학연구원(10만~15만평)이 들어설 최소 165만㎡(50만평)이상의 부지가 해당 지역 어디에 있는지, 개발 상태는 어떤지, 땅값은 어느 수준인지 등을 적어내라는 얘기다.

부지 가격 측면에서만 보자면, 광주시가 `매입비 평당 1만~1만5천원`이라는 가장 파격적 제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 시내에 200만평이 넘는 군포 사격장이 있는데, 상무대가 전남 장성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곳을 국방부로부터 평당 1만~1만5천원에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땅을 과학벨트 입지 후보지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빛그린산단, 진곡산단 등도 과학벨트 부지로 함께 제안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단순히 땅값이 싼 게 전부가 아니다"며 "당장 사용할 수 있는지, 접근성은 좋은지, 따로 조성 비용이 추가로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도의 경우 포항 테크노파크 2단지(207만3천㎡, 약 62만7천평), 경제자유구역(375만㎡, 약 113만4천평) 등의 땅을 당장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은 포항과 경주 사이에, 중이온가속기는 경주에 두기로 결정했다"며 자체 입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경북도측은 부지 가격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할 단계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천안의 경우 남산지구 땅(원형지)을 앞세우고 있다. 천안(을)이 지역구인 김호연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간담회에서 "남산지구에 과학벨트 주요 시설이 들어서기에 충분한, 안정적 지반의 땅을 확보하고 있다"며 "가격은 평당 25만원 정도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학벨트위는 이들 지자체가 제출한 부지 내역을 토대로 최소 면적(50만평)을 충족하는지, 조속한 개발이 가능한 상태인지 등을 따져 60~80개 정도로 후보지를 압축한 뒤 다시 △연구기반 및 산업기반 구축·집적 정도 △정주환경 △국내외 접근성 등의 기준에 따라 10개 후보지를 선정하게 된다.

◇입지 선정돼도 지자체 수천억 땅값 부담 떠안을 듯=그러나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종 과학벨트 입지로 낙점받더라도, 부지 관련 비용이 과제로 남게 된다.

지난 2009년 1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확정한 과학벨트 종합계획에 따르면 과학벨트 조성에 7년동안 모두 3조5천487억원이 투입된다.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운영 등 기초과학연구 분야 소요비용 2조4천억원, 중이온가속기 등 건설비 1조1천억원 등을 합산한 결과다. 그러나 여기에 과학벨트 부지 조성 관련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과학벨트 입지가 정해지고 본격 사업에 들어가면 정부건, 지자체건 누군가는 땅과 관련된 돈을 따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참고로 광주시가 자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 조성됐거나 조성 중인 산업단지의 부지 매입 비용(평당)은 △대구 사이언스파크 28만원 △울산 하이테크밸리 36만원 △경남 진주 정촌 산업단지 23만원 수준이다. 부지 조성 정도가 달라 단순 매입비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세종시의 부지 분양가는 14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 조사 결과를 단순히 과학벨트 필수 면적 50만평에 적용할 경우 전체 부지 확보에 필요한 비용은 1천150억~7천억원 정도가 된다. 여기에 많은 지역의 경우 조성 비용 등까지 더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실제 과학벨트 부지 확보에도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1조원 가까운 추가 예산이 불가피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부지 관련 재원 마련과 관련 과학벨트위나 정부는 "입지가 선정되면 해당 지자체와 협의해서 누가 얼마나 부담할 지정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선정된 지자체가 전액 부담해준다면 정부로서는 가장 반가운 일"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과연 각 지자체가 선정된 뒤라도 전액 또는 주도적 부담에 동의할지, 더 근원적으로 그 정도의 막대한 재원을 부담할 능력이 충분할지 등은 의문이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지난 19일 간담회에서 부지 매입 비용과 관련 "과학벨트는 기본적으로 국가 차원의 사업인만큼, 국가가 기초과학연구원이나 가속기 등의 건설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그러나 부지 비용의 경우 (우리가 선정되면) `일부`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