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중이온가속기

[사이언스]중이온가속기

 버클리움(Bk), 자포늄(Jp), 프란시움(Fr) 등의 이름이 붙은 원소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원소들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버클리대학, 일본,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견했다.

 한국에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낸다면 ‘코리아늄’이란 이름이 붙어 원소주기율표에 올라갈 수 있게 된다.

 기존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 가속기다. 국내에서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기초과학연구원과 함께 설치될 중이온가속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시 세계를 들여다보는 현미경으로 불리는 중이온가속기를 알아본다.

 ◇중이온가속기란=가속기는 입자나 이온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구동시킨 뒤 충돌시켜 변화를 관찰하는 장비다. 입자에 따라 전자가속기·양성자가속기·중이온가속기로 나뉜다. 과학벨트에 설치될 ‘KoRIA(Korea Rare Isotope Accelerator)’는 중이온가속기에 속한다. 중이온이란 수소, 헬륨보다 무거운 지구상의 모든 원소의 이온을 말한다.

 중이온가속기는 수소에서 우라늄까지의 다양한 이온과 불안정한 핵종을 고에너지로 가속시켜 다른 원자핵에 충돌을 일으킨 후, 원자핵이나 소립자(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를 관찰하거나 인류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원자핵 물질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KoRIA는 첫 번째 가속으로 만들어진 초단수명 동위원소 빔을 다시 가속해 매우 희귀한 동위원소를 만들 수 있다. 타 중이온가속기보다 새로운 원자핵을 합성해낼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미국의 FRIB가속기 보다 한 차원 앞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이온가속기의 쓰임새=중이온가속기는 이는 핵물리와 더불어 천체물리, 원자력, 생물, 의학, 원자 및 고체물리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사용된다.

 우선 원자력 에너지 이용을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그동안 폐기물 처리 문제 등으로 국내 에너지 이용률이 전체 전력생산량의 약 40%에 그쳤다. 중이온가속기를 이용해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경우 폐기물 생성량을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원천기술 개발에 도움이 된다.

 또 가속기 운용 시 발생되는 중이온 빔은 X선 등의 방사선 이후 가장 혁신적인 암 치료 기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이온 빔은 환부에 최소 오차 이내로 발사할 수 있어 더욱 미세하고, 정확한 시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이온 빔을 활용해 초미세 구조를 제작하고 다양한 물질을 초정밀 분석하며 나노물질의 이동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이 밖에 희귀 동위원소를 이용해 DNA, 단백질, 생체고분자 구조, 암흑물질, 우주탄생의 비밀 등 세계 20대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

 ◇세계 주요 가속기와 비교하면=유럽에는 스위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둘레가 27Km나 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강입자가속기(LHC)가 있다. 또 미국 페르미 국립연구소(FNAL)에는 둘레가 6.3Km인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입자물리 가속기가 있다. 이들 가속기는 빅뱅에 의한 우주 탄생의 순간을 재현하고 자연의 근본 원리를 연구하는 순수과학 연구용 시설이다.

 이에 반해 KoRIA는 다양한 희구동위원소를 만들어 세계 최고 에너지로 가속시키는 새로운 현태의 가속기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중이온가속기는 노벨물리학상의 20%가 가속기를 활용한 연구에서 나올 만큼 첨단 기초과학 분야의 필수시설”이라며 “KoRIA는 3000명 규모의 연구원이 모여 기존 대학 등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및 원천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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