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원부품소재]<2>시스템반도체(6)우리가 겨냥할 세계 시장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전체 반도체 대비 팹리스 비중 미국의 시스템반도체는 독보적인 기술력과 시장 창출, M&A와 투자 등으로 철옹성을 구축했다. 대만과 중국의 시스템반도체는 짝퉁폰이라고 불리는 산자이폰이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분야도 성장을 위해서는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대만의 성장과정이 참고가 되기는 하지만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인프라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술력과 특성이 진가를 발휘할 만한 시장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한국 시스템반도체는, 특히 팹리스는 한국의 세트업체에 올인하다시피 하면서 성장했다. 휴대폰·디스플레이 산업이 급격히 성장했고 이에 필요한 반도체 사업을 겨냥한 팹리스들이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세계 시장 공략도 성공하지 못했다. 매출 100억원을 넘긴 기업들은 많이 나왔지만,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들은 손에 꼽힌다. 1000억원 돌파도 오래가지 못하고 주춤한 상태다. 시장에 대한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특히 성장을 위한 글로벌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하는 시점이다.

 ◇협력하면 세계 시장이 보인다. “솔루션 전략 펼치자”=한국의 시스템반도체는 미국의 앞선 기술과 대만의 분업체제, 중국의 시장, 그 어느 것도 뛰어넘지 못하는 애매한 신세다. 세계 시장에서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 특별한 전략은 바로 협업이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특화해 성장했던 휴대폰·디스플레이·TV 분야에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삼성의 갤럭시S와 같은 최상급 제품에는 대기업이 개발한 반도체가 들어간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다. 과거에는 카메라 신호처리를 위한 프로세서, DMB칩 등 특화된 분야에 수요가 있었지만 시스템반도체가 집적화되면서 별도의 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고속 성장을 달렸던 국내 기업들의 성장률이 주춤 또는 퇴보한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자력으로 세계 시장을 뚫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미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할 때부터 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하나의 플랫폼을 만들어 제공하는 게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 허염 시스템반도체 포럼 회장은 “DTV나 휴대폰 등 대형 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하나의 반도체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라며 “다행히 국내에 단독 제품에서는 실력을 인정받는 기업이 있어 승산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휴대폰에서는 모뎀칩, DTV에서 영상신호칩과 같은 핵심 칩을 중심으로 솔루션이 구성되는 만큼 기술력이 부족한 핵심 칩 기술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필요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미 몇몇 팹리스 업체들을 중심으로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어서 귀추에 주목된다.

 ◇M&A냐 상장이냐, “갈길을 정하자”=미국 시스템반도체 업체에 근무했던 한 전문가는 처음 창업을 할 때부터 M&A와 상장 전략을 분명히 할 것을 조언했다. 미국에서는 기술 하나만으로 수천억원대에 대기업에 매각된 벤처 팹리스들이 수두룩하다. 국내에서도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에 1000억원대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처음부터 M&A를 목표로 한다면 대기업들이 욕심을 낼 만한 특화된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상장을 해야 한다면 마케팅 능력을 비롯해 다양한 여건을 갖춰야 한다.

 전략에 따라 기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M&A를 목표로 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전략에 기반을 둔다면 M&A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이다. 창업자와 핵심엔지니어는 인수된 회사에서 꿈을 펼칠 수도 있고, 또 다시 창업해 새로운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전략 아래에서는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전략도 충분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LG에 부품을 공급하는 현재 국내 기업들의 전략대로라면 크게 성공할 수 없다”며 “처음부터 목표를 분명히 하고 그에 따라 조직구성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전 IT 업계를 통틀어 향후 몇 년 동안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클라우드 컴퓨팅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지금부터 발굴해 미래 시장에서 승부를 걸자는 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OS가 핵심인 ‘스마트’ 시장은 OS를 움켜쥐고 있는 미국을 능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다. 그보다는 OS 독립적이면서도 범용으로 물량이 많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이 갖춰진다면 언제 어디서나 웹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하고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더미 단말이 필요하게 된다. 이 단말기는 고가의 스마트패드와는 다르게 빠른 접속과 그래픽 구현 정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된다.

 한국은 OS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없지만 하드웨어 특히 디스플레이 시장 주도권을 갖고 있다. 또 고객에 특화시켜 디자인을 하고 발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 민첩성도 갖췄다. 이러한 점을 특화시켜 미국 주도형 ‘스마트’ 시장이 아닌 우리가 주도하는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

 게다가 오히려 이 시장이 ‘스마트’ 시장을 능가하는 대량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범용이라는 점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김학근 넥서스칩스 사장은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판’이 필요하다”며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에코시스템과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면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전체 세트 시장의 흐름도 주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