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보전하려는 자는 욕심을 적게 하고, 몸을 보전하려는 자는 이름을 내는 것을 피한다. 욕심을 없게 하기는 쉬우나, 이름 내려는 마음을 없애기는 어렵다.’
중국 송나라 때 저작물로 알려진 ‘경행록’중 한 구절이다. 선현들의 세상살이 지혜가 오롯이 담긴 이 명언집은 명심보감 등에도 인용되면서 1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후세에 생생한 가르침을 전한다.
새삼 고문(古文)을 들 춘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이름을 내려는 욕심’이 인간사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를 새겨보고 싶어서다. 그 욕망을 누르지 못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끝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투표율 25.7%를 ‘사실상 승리’로 포장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무색할 정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u서울’ ‘한강르네상스’ 등 그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정책의 향배가 어찌될 지 안중에나 있었을까 싶다. 오직 그의 이름 석자에 명운을 걸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오 시장에 맞서 보편적 복지 논쟁을 일으켰던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도 사퇴 위기에 직면했다. ‘선의’라고 해명했지만 후보단일화 대상이 됐던 인물에게 2억원이나 증여한 것은 개운치 않다. ‘아이들의 밥상을 지키겠다’며 싸웠던 그의 신념과 주장이 한 순간에 퇴색될 위기다. 아마 곽 교육감도 그의 이름이 이렇게 얼룩지는 것을 원했을 리 없다.
정치인들은 누구보다 ‘이름을 내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 이름을 위해 자신을 다잡고 일생을 걸고 뛰었을테다. 하지만 이름을 죽이는 것도 바로 이름을 내려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름 석자를 남기겠다며 승부수를 띄우며 떠난 오 시장. 이름 석자를 지키기 위해 억지 논리를 대는 곽 교육감의 모습이 결코 다르지 않다.
5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다시 보궐선거를 치러야할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름만 드높이려는 자들을 구분할 지혜를 선현에게 구하고 싶을 뿐이다.
미래정책팀·정지연차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