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업 간 상생 협력 네트워킹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간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IT기업 단독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힘든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한편으론 경쟁사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파트너사인 사례도 자주 볼 수 있다. 공동의 경쟁자를 위해 협력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구글과 삼성전자, 그리고 애플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노키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잡은 것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IT기업들의 성공 협력 사례로는 한국HP와 가상화 업체 틸론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양사는 수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HP는 2005년 e코리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고객 초청 세미나를 함께 하자고 틸론에 제안했다. 2008년엔 피죤의 가상 데스크톱(VDI) 프로젝트에 틸론의 서버기반컴퓨팅(SBC) 솔루션을 추천하기도 했다.
한국HP는 틸론의 제품을 통해 자사 제품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내 고객 입맛에 맞는 가상화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틸론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기술력 향상과 매출 증대라는 다양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틸론은 국산 소프트웨어를 해외에 소개해주는 한국HP의 개발자·솔루션 파트너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다국적 업체의 글로벌 영업망을 이용해 한결 쉽게 해외 진출을 시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해외 기업들도 국내에서의 영업 기회를 늘릴 수 있다.
양사는 최근 한국형 클라우드를 위한 공동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HP의 클라우드 플랫폼인 HP 버추얼시스템에 틸론의 VDI 솔루션인 ‘D스테이션’을 공급하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버추얼시스템에 외산 가상화 솔루션만 사용됐지만 D스테이션이 공급됨으로써 고객들은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한국HP 입장에서도 고객에게 제안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늘어난 것이다.
한국HP와 틸론의 경우 외에 국내 업체들 간의 협력도 증가하는 추세다. NHN은 지난해 말 안철수연구소와 상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양사가 갖춘 기술과 인프라, 서비스 등의 강점을 활용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이 협력은 한국의 대표 인터넷과 보안 업체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NHN은 최근 SK텔레콤과 전략 제휴를 맺고 일본 앱 시장 공략을 선언하기도 했다. 다음달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일본 진출을 준비하는 SK텔레콤의 T스토어와 현지 인지도가 높은 NHN의 한게임이 협력을 통해 시너지 창출을 노리고 있다. 양사는 국내 모바일 앱 시장에서도 협력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관계자들은 이제 과거와 같은 접근 방법으로는 소비자의 환영을 받기가 힘들다고 강조한다.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고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혁신적인 서비스는 결국 상생과 협력의 기반 위에서 나온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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