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건의 아토피혁명,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터뷰] 박건의 아토피혁명,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토피가 치료될 수 있냐는 물음에 무표정한 얼굴로 짧게 `아토피는 치료됩니다`고 답한 그. 대부분의 한의사가 기피하는 난치병, 아토피피부염에 도전한 독종,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의사 박건은 바빴다. 열린의학회 아토피분과장을 맡아 매주 수요일마다 학회에 참석해야하고, 한의원 내에서는 진료를 마치고 4명의 원장들과 컨퍼런스를 진행한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그날 진료한 환자에 대한 점검과 나가야 할 처방을 쓰다보면 새벽 1시를 넘기기 일쑤다.

내년 초에 게재해야 하는 임상논문도 준비해야 한다. 외부에서 강연요청이라도 올라치면 짜증이 날만도 한데, 그는 달력을 넘겨가며 스케쥴 조정하기 바쁘다.

편하게는 못사는 성미다. 깡마른 체구지만 대신 `고집`이 있었다. 2011년 3월 학술서 아토피혁명(상,중,하)을, 8월에는 아토피혁명 실용편을 출간했고 4회차에 걸쳐 대국민 강연회도 열었다. 올 가을에는 환경부후원으로 “2011아토피없는 나라 만들기” 캠페인도 주최했다.

한의사 박건, 그는 인터뷰 요청을 반기지 않았다. 프리허그한의원에서 만난 그는 딱 `경상도 남자`였다.

“제가 아는게 아토피 말고 뭐 있나요?”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아토피혁명’을 저술한 그 사람이 맞나 싶다. “하루하루가 정말 바빠요. 대충하는 걸 참지 못하는 성미라. 가끔은 쉬기도 해야 하는데요.”

◇아토피혁명

―강연을 보았다.

"나는 원래 무대체질이 아니다. 책을 쓴 죄로 요청이 오면 강연을 해야 했다. 첫 강연 때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서 너무 떨려 독한 양주를 한잔 마셨다. 음주강의였지만 아무도 눈치채지는 못했다.(웃음)"

―학술서 ‘아토피혁명’ 초판이 완판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일이지만, 솔직히 부담스럽다. `아토피혁명가`, 이런 식으로 내 이름에 붙는 수식어들에 낯부끄럽고, 앞으로도 계속 잘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론 힘들다."

―아토피치료에 대한 확신이 있나?

"나는 내원한 환자들에게 치료를 무조건 권하지 않는다. 경증의 환자거나 프리허그한의원에 처음 온 분께는 다른 전문병원에서 표준치료를 먼저 해볼 것을 권한다. 표준치료로 치료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표준치료가 뭔가?

“알레르기 치료에 있어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많은 통계와 검증을 거친 치료법이다. 주로 양방에서 사용한다”

―그럼 중증환자만 치료하나?

“(웃음)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아무래도 다른 방법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중증환자분들이 많이 오신다. 책을 보고 오시는 분들도 많은데, 700페이지짜리 학술서를 아무나 읽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만큼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하루는 치료율 통계를 내면서 내원경로 조사를 해봤더니 지금까지 치료경험이 평균 3.2회였다. 문항이 제대로 되었다면 5회이상 나왔을 것으로 추측한다.”

◇환자가 없으면 나도 없다

그의 말투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토피를 치료하려면 감정에 휘둘리면 안됩니다. 환자분들이 너무 지친 나머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저까지 중심을 못잡으면 치료를 이끌고 갈 수 없어요. 부득이하게 냉정을 유지해야 하죠.” 하지만, 말하는 내내 순수한 속내를 감추기 어렵다.

―도망가고 싶을 때는 없나

“나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치료가 잘 안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도망가고 싶다. 그런데 포기하면 그 환자는 누가 책임지나? 그렇게 같이 끝까지 가보자 하는 와중에 호전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는 정말 보람을 느낀다”

―치료율은 어느 정도인가?

“치료율은 자기가 투자한 시간만큼, 피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나온다. 의사가 다른데 신경쓰면 치료가 잘 될리 있나? 아토피치료는 2인3각 경기와 같다. 환자와 같이 달리지 못하면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 한의사들은 피로를 달고 산다. 개인원장실을 다 없애고 의국을 만들어 같이 생활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아토피치료에 타협이란 없다. 나만 믿고 나만 바라보는 환자를 생각해보라. 밤에 잠이 오는게 이상하다.”

―그렇게 치료 잘하면 노벨상 타라는 야유도 있다.

“한방치료를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을 알고 있다.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근거도 없이 무조건 몇% 완치를 외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나는 임상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치료받은 유아와 성인환자들의 VAS SCALE표를 활용한 가려움과 염증호전 통계를 내고 있다. 곧 치료율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기대하셔도 좋다(웃음)”

―가슴 쓰렸던 기억도 있나?.

“수원시절에 과정상의 기복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말을 하는 환자 분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자괴감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환자의 불안함을 이해한다.”

―책은 더 안쓰나?

내년에는 아토피안들을 위한 요리책을 출간하려고 생각 중이다. 요리책은 뭘 어떻게 먹어야할지 모르는 아토피안들에게 현실적으로 절실한 책이다. 생각은 많은데 시간이 없어서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웃음)

―앞으로 계획은?

“지금 해 온 것처럼 계속 아토피치료에 종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계속 아토피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그리고 아토피는 불치라고 포기하신 분들에게 희망전도사가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아토피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전자신문미디어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