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잡고 또 잡고 "정말 너무해"

통신업계, 이의신청 하고 법적 대응 불사

공정거래위원회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렸다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자 통신사와 제조사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은 이중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통신업계는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이중규제 논란을 놓고 부처와 기업 간 정면충돌하는 사태다. 특히 이중규제 논란은 통신시장 실태조사 권한을 두고 방통위와 공정위의 부처 간 규제 영역 다툼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공정위는 15일 이통사와 제조사가 보조금을 감안해 휴대폰 가격을 높게 정한 후 마치 할인해준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453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공급가와 출고가의 차이 내역과 판매장려금 내용을 소비자에게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공정위는 부당 고객유인 행위로 SK텔레콤에 202억5000만원, 삼성전자에 142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51억4000만원, 29억8000만원을, LG전자와 팬택은 각각 21억 8000만원, 5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통신사는 휴대폰 소비자 가격에 해당하는 출고가를, 제조사는 통신사 공급가를 각각 부풀려 보조금과 판매장려금으로 사용했다. 가격을 높인 뒤 차액을 보조금이나 판매장려금으로 지급하면서 소비자를 부당하게 유인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통신사, 제조사 모두 보조금 비용을 휴대폰 가격에 전가해 실질적 부담이 없었고 (가격 부풀리기는) 소비자 유인 효과가 커 통신사와 제조사 간 이해관계도 일치했다”고 지적했다.

통신사와 제조사는 즉각 공식 보도자료까지 내며 이의신청과 행정소송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판매장려금과 같은 판촉비용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휴대폰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에 공통적 현상으로 정당한 마케팅 행위”라며 “이동통신사는 주무부처인 방통위로부터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령에 따른 규제를 받아 공정위의 조사는 명백한 이중규제”라고 반박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명백한 이중규제여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강경한 방침을 내놓았다.

실제로 통신 3사는 방통위로부터 보조금과 관련한 부당행위로 지난 2010년 200억여원, 지난해 137억원가량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휴대폰 가격 부풀리기는 물론이고 부당 고객유인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향후 의결서를 검토한 후 행정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중규제 논란이 쟁점화하자 방통위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는 공정거래법을 근거로 했지만 통신시장 관리감독을 맡은 방통위 업무와 영역이 겹치는 측면이 있다”며 “각기 다른 기관이 동일행위를 한꺼번에 규제하면 중복규제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공정위 규제내용을 검토한 뒤 이중규제라는 확신이 들면 공정위 측에 `중복규제 방지` 협조 요청을 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에서 이중규제 판단 결정을 내리면 거기에 따라 방통위도 방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공정거래법 23조에 명시된 불공정거래행위 중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정위 고유 업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난 2006년에도 휴대폰 보조금 직권조사에 나서 옛 정보통신부와 업무영역 갈등을 빚었다. 2009년 이후에도 수시로 조사에 착수했으나 이중규제 등 우려로 과징금과 같은 구체적인 제재를 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

이호준기자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