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비용은 정말 아끼고 싶었어요. 하지만 강북 예식장도 1,500만원 부르지 않는 곳이 없었어요. 어지간한 곳은 다 하객 식대가 1인당 4만원이 넘고, 홀 대여료 ㆍ꽃값 ㆍ사진값 ㆍ봉사료까지 붙으니 2,000만원이 우습게 나갔어요." (임선영 ㆍ29ㆍ회사원 )
최근 3년간 가장 가파르게 오른 게 결혼식 비용이다. 2003년 1,000만원대에 진입한 뒤 줄곧 1,100만~1,200만원대를 맴돌다 올해는 1,700만원대로 껑충 뛴 것이다.
어디까지나 전국 평균인 만큼, 서울은 더 비싸다. 특급호텔에선 하객 500명 기준으로 최소 6,600만원이 든다. 중산층이 선망하는 강남 주요 예식장은 최소 2,500만원, 비강남권 주요 예식장도 2,000만원 정도다.
왜 이렇게 비쌀까? 결혼 적령기 인구가 줄면서 전국 예식장 숫자는 2000년 1,375개에서 2009년 1,002개로 크게 줄었다. 10년 새 예식장 서너곳 중 한 곳이 문 닫은 셈이다(27% 감소 ㆍ통계청). 이로 인해 결혼식을 올리면서 큰 빚을 지게 되는 ‘웨딩푸어’라는 말까지 생겼다.
예식비용 거품빼기에 시민단체와 공공기관이 발벗고 나섰다. 과비용 예식구조 개선을 위한 시민단체 그린웨딩포럼(대표 이광렬, www.greenwed.or.kr)이 초저가 ‘명품 결혼’을 내놓았다. 서울시내 주요 공공시설에서 90만원만 내면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식비용 90만원에는 드레스?턱시도 대여, 메이크업, 헤어와 앨범사진(야외촬영 제외)이 포함됐다. 같은 항목을 일반 예식장에 적용하면 300여만원 쯤 한다는 게 그린웨딩포럼 측 설명이다.
추가 비용은 뷔페뿐이다. 뷔페 메뉴도 1만원대 국수피로연, 2만원대 뷔페 등 시중 예식장에서 볼 수 없는 파격적인 구성이다. 웨딩업계 관행인 최소 인원 제한이나 대관료도 따로 없다. 하객 250명을 기준으로 했을 때 800만원(뷔페 비용 포함)정도면 예식을 끝낼 수 있다.
이처럼 저렴한 명품예식을 올릴 수 있는 장소마련에는 공공기관이 힘을 보탰다. 여성가족부는 그린웨딩포럼을 통해 예비부부 한쌍당 결혼식비용 30만원을 지원해준다. 서울시는 서울시인재개발원, 양재시민의 숲 등을 예식공간으로 내놨다. 그리고 서울시립대학교, SH공사, 서울산업통상진흥원 등 관내 공공시설 등으로 장소 확대를 추진중이다.
광화문 근처 국립민속박물관은 다문화가정 전통혼례를 올릴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마포구청, 성북구청, 성남시청, 용인시청 등도 청사를 예식장으로 쓰게끔 개방했다. 그린웨딩포럼은 지난 3월부터 여성가족부와 조선일보가 진행하고 있는 ‘스스로 결혼식’에 대한 접수도 함께 맡고 있다.
공공시설을 활용한 예식이라고 해서 시설수준이 고급예식장이나 특급호텔보다 못하다고 지레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서울시 인재개발원은 숲속에 독립된 분위기에 자리잡은 특급호텔수준의 시설을 갖춘 곳. 양재시민의 숲에선 외국에서처럼 멋드러진 야외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마포구청 12층 결혼식장은 한강과 월드컵공원이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망까지 갖추고 있어서 특급호텔보다 분위기가 좋다.
그린웨딩포럼 이광렬대표는 “예식에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어가고, 이로 인해 적지않은 가계빚까지 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만큼, 공공기관 시설을 활용한 명품예식이 폭넓게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의=그린웨딩포럼(1577-8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