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통사들, 인도 시장 떠난다…왜?

예측불가한 규제에 해외 투자자들 등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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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 이동통신업체들이 세계 2위 규모 인도 통신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뭉칫돈을 쏟아가며 통신 시장을 키웠지만 인도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오는 8월에 진행되는 주파수 경매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간 인도에서 외국계 이통사들이 로컬 통신업체와 협력해 합작사를 세우거나 지분투자를 한 경우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감세를 받았지만 이를 전격 폐지한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소급적용이다. 영국 보다폰의 경우 지난 2007년 인도 통신업체 허치슨 왐푸아의 지분을 일부 인수하면서 감세를 받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20억달러를 세금으로 내야하는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호주 텔스트라와 스웨덴 델리아소네라AB, 노르웨이 텔레노르ASA 등 각 국 이통사들은 인도 정부의 규제에 반발하며 떠나겠다고 밝혔다. 텔레노르 측은 “인도 통신 규제기관의 기준이 너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인도정부는 오는 8월 31일 진행될 주파수 경매에도 입찰 기준을 대폭 높였다. 지난 2008년 `통신주파수 스캔들`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당시 인도 통신부 장관이었던 안디무수 라자는 수 백억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받고 자격 미달인 사업자에게도 사업권을 남발했다. 그 때 사업허가권을 받았던 122개 통신기업은 올해 2월 한꺼번에 사업권이 취소됐다.

인도 정부는 5월 말까지 주파수 경매에 참가할 수 있는 이통사 자격요건 등 세부사항을 정하고 늦어도 8월 말에 모든 경매를 끝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1년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낸 회사들만 컨소시엄을 이룰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유령회사나 페이퍼컴퍼니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중동의 바레인 커뮤니케이션즈, 미국 AT&T 등은 경매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외국계 기업들의 차가운 태도가 뜨거웠던 인도 통신 시장을 미지근하게 바꿔놨다. 그간 인도 통신 시장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규모인데다 정부의 규제가 느슨해 그간 수많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덕분에 인도는 2010년 기준 통신부문 성장률이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컨설팅업체 KPMG의 로말 세티 인도부문 총괄은 “외국계 기업들은 인도 규정에 맞도록 일하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너무 극한 경쟁과 인도정부의 높아진 기준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이동통신업체 시장점유율 (2011년 기준)
(자료: 에어텔)

글로벌 이통사들, 인도 시장 떠난다…왜?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