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④공평·공정이 대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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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이용량(트래픽)이 하루가 다르게 폭증해 유·무선을 막론하고 망 과부하 사태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음성 통화 도중 끊어지고 초고속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는 사례가 허다하다.

[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④공평·공정이 대원칙

초다량 이용자(헤비 유저) 망 독점이 갈수록 심화한 반면에 일반 이용자 불편은 갈수록 증가한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 독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유선은 상위 5%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 비중이 49%를 차지한다. 상위 20%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 비중은 95%에 이른다. 무선도 마찬가지다. 상위 1%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은 45%, 상위 10%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은 96%다.

이 같은 상이한 트래픽 비중에도 초다량 이용자와 일반 이용자가 지불하는 요금은 동일하다.

이는 유무선 망 이용 지불 대가가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망 중립성의 근원적 취지인 공평한 망 이용권 보장이라는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스마트TV 등 스마트기기뿐만 아니라 카메라 등 기존 전통기기도 망에 접속하는 등 망 사업자 트래픽 관리 부담은 더 커졌다.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가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해 다수의 일반 이용자가 망을 이용하지 못하는 이용자 간 차별이 발생하고 트래픽 폭주를 망 사업자 투자가 따라가지 못해 망 환경이 열악해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주 제8회 국제방송통신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네트워크는 전력과 같은 모든 산업의 생명줄로 미래를 위한 네트워크 투자가 없다면 재앙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 회장은 “스마트폰 도입으로 데이터 폭발이 일어나고 무선 비디오 트래픽이 증가하고 있어 이를 감당할 네트워크 전환에 대비하지 않으면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게 시급하고 이용자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트래픽 폭증을 방치하다가 자칫 이용자 모두의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유·무선 정액요금제가 이용자 트래픽 과소비를 유도하고 있다며 망 사업자 투자 유인을 보장하는 동시에 이용자 부담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공정이용 정책(Fair Use Policy)을 기반으로 차별요금제 등 다양한 이용량 기반 요금제를 적용해 이용자 스스로 이용량을 합리적으로 조절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다수의 일반 이용자가 소수의 초다량 이용자 요금을 보조하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이며 공평성을 보장하는 망 이용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초다량 이용자의 망 독점을 제한하는 차별요금제를 비롯한 경제적 관리제도는 물론이고 기술적 관리제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경제적 관리제도는 이용자가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트래픽 한도를 설정해 한도 내에서 사용하도록 제한함으로써 다수 이용자의 안정적 망 사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대표 사례는 차별요금제다. 초다량 이용자에게 당초 계약한 트래픽 수준 이상이 발생할 때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등 망 이용에 상응하는 이용 대가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기술적 관리제도는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 유발을 최소화하고자 속도를 제한하거나 용량을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적·기술적 관리로 공평하고 효율적인 망 자원 이용을 도모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경제적 관리제도를 적용해 초다량 이용자 트래픽을 관리하는 국가는 2001년 7개국에서 2010년 25개국으로 세 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트래픽 관리 필요성을 인정한 결과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주요 국가 망 사업자는 일정 규모 트래픽 용량(Data Cap)을 제공하고 이를 상회하면 추가 이용요금을 과금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이들은 트래픽 용량 상한을 높게 설정해 일반 다수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 일례로 미국 AT&T는 150GB와 250GB로 트래픽 용량 상한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50GB당 10달러를 추가 과금하고 있다. 150·250GB는 AT&T 가입자 월 평균 트래픽 18GB의 8배와 13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영국 BT와 미국 컴캐스트는 각각 피크타임 P2P 제한과 6개월간 3회 이상 한도 초과 시 해지 가능한 기술적 관리제도를 적용했다.

이처럼 경제적·기술적 관리제도는 다수의 일반 이용자에게 충분한 트래픽 용량을 제공해 망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는 대신에 초다량 이용자의 트래픽 유발을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어 트래픽 폭증을 차단하는 적용 가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우리나라 망 사업자에게 추가 과금과 이용 제한 등 경제적·기술적 관리제도는 `강 건너 불`이나 다름없다. 제도의 합리성은 차치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가 예사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수 초다량 이용자의 트래픽 독점에 따른 문제점에 다수 일반 이용자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망 품질보장(QoS:Quality of Service)을 전제로 일반 이용자 기준의 합리적이고 충분한 트래픽 용량을 기본으로 제공하고, 이를 초과할 때 추가로 과금하면 이용자 간 망 이용 차별 해소는 물론이고 요금제 등 제도 개선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망을 많이 쓰는 초다량 이용자에게 추가로 요금을 지불하게 하는 대신에 적게 쓰는 다수 일반 이용자 요금을 내리면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망 이용 형평성과 망 관리 효율성을 절충할 수 있도록 초다량 이용자 대상 경제적·기술적 관리 제도 도입과 망 사업자 투자 의무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일정 수준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