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니어(개척자)로 일할 수 있었다는 것,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행운을 누린 것 같습니다.”
한국 최초의 브라운상 수상자가 나왔다. 32인치 이상 LCD는 불가능하다는 이론을 깨뜨리고 대형 LCD 시대를 연 석준형 한양대 특임교수(전 삼성전자 연구소장)가 주인공이다. 석 교수의 수상 소감은 “도전할 수 있어 행복했다”였다. 지금은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그는 젊은이들도 도전하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이사람]석준형 한양대 교수](https://img.etnews.com/photonews/1206/289789_20120604150058_337_0001.jpg)
`칼 페르디난드 브라운`상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TV 브라운관을 개발한 브라운 박사를 기념한 상이다. TFT LCD 발명자인 피터 브로디, PDP 개척자인 래리 웨버 등이 브라운상을 받았다. 석 교수는 4일(현지시각)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2012`에서 브라운상을 수상하며, 디스플레이 개척자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공로는 지난 2001년 40인치 LCD 패널을 세계 처음 개발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대수롭지 않지만 당시엔 역사를 바꾼 사건이었다. 그때만 해도 32인치 이상 LCD는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실무를 너무 오래 하다보니 오히려 이론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회상이다.
IBM 왓슨연구센터에서 일했던 1979년부터 치자면 디스플레이 경력만 20여년. 강산이 두번 바뀌는 동안 체화된 경험이 그의 도전정신을 북돋웠다. 12년 전 삼성전자 개발팀장(전무)이던 그는 게릴라 작전처럼 비밀리에 팀을 만들었다. 밖에서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하니 공개적으로 팀을 꾸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모아놓은 팀원들조차도 반신반의했다. 팀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기까지만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설비도 없었다. 기계가 없어 수작업으로 액정을 넣었다. 액정을 넣는데만 꼬박 5일이 걸렸다. “그렇게 개발을 시작하다보니 욕심이 더 생겼습니다. LCD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다 개선해 내놓았습니다. ”
40인치 크기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일이었지만, 2001년 삼성전자가 내놓은 LCD 패널은 3박자를 고루 갖췄다. 액정 응답속도를 높여 동영상이 끌리는 문제를 해결했고 광시야각 기술도 적용했다. 색재현성도 72%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모든 이에게 새롭게 도전할 게 많지 않은 지금이 어떻게 보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내놓아도 개선 정도로만 받아들이니까요. 그래도 도전해야 합니다.”
석 교수는 삼성전자 부사장과 고문을 지내고 올 해 교수로 첫 학기를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별난 것을 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산업계에 경험을 전달할 방법은 없나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미국)=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