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포커스]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내가 `창의체험` 주인공

# 염화아디프산과 디클로로메탄 용액을 비커에 담는다. 다른 비커에는 수산화나트륨과 헥산메틸렌디아민을 증류수에 섞는다. 박혜민 서산여자고등학교 2학년생은 천천히 두 비커에 담긴 용액을 섞는다. 짙은 분홍색 층이 생겼다. 긴장한 눈빛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한 초등학생이 침을 삼킨다. 조심히 핀셋을 들고 분홍색 층을 건져 올린다. 엉켜진 실타래가 올라왔다. 주변에서는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단 몇 분 만에 나일론이 합성된 것이다.

15일 일산 킨텍스(KINTEX) 7홀. `제 2회 대한민국 창의체험 페스티벌` 전시체험전 과학소통마당의 한 부스다. 9명으로 이뤄진 서산여고 화학동아리 `CSI(Chemical Study Idol)`가 실생활에 많이 쓰이는 `나일론` 합성 실험을 직접 시연했다.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까지 전시장을 지나다 멈추고 실험 장면을 지켜봤다. 직접 나이론 실을 뽑아낸 초등학생은 CSI가 직접 파라핀과 과일향을 섞어 만든 과일 양초를 선물로 받았다. 웃음꽃이 함박 피었다.

전국 초·중·고등학생이 직접 축제를 운영하고 관람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재능을 뽐내는 창의체험 페스티벌. CSI를 포함해 전국 250여개 동아리 팀이 직접 부스를 꾸미고 공연을 준비했다. 서산여고 CSI 담당 교사인 박해열씨는 “페스티벌을 통해 화학동아리 활동을 직접 보여주게 됐다”며 “학생들이 여러 사람을 접해 보면서 친절함과 배려심을 기를 수 있는 인성 교육의 기회도 가졌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전시 체험전에는 과학소통마당·예술소통마당·문화소통마당·자연소통마당 등 초·중·고 재학생 5인 이상 동아리가 참여해 5개 분야 동아리 활동 관련 전시를 선보였다. 청소년이 직접 꾸민 부스에서 과학·공학·미술·음악·인문·사회 등 학생이 학교에서 쉽게 배우지 못한 창의교육을 직접 기획하고 체험했다. 경남고등학교 에메니티 화학반에 소속된 송해영 군(2년)은 “동아리 전시회는 부산 등에서 지역단위로 해봤지만 전국 동아리가 모인 자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다른 학교 학생의 동아리 활동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옆 부스에 질세라 에메니티가 준비한 간이 연수기 제작방법을 관람객에게 소개했다.

영등포청소년 문화집 청소년 실용음악과 `아이` 부스에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음원을 만들고 노래실력을 보여주는 `슈퍼스타 청소년 창의체험 미니 오디션`을 열었다. 가수 못지 않은 실력으로 가창력을 뽐내는 학생 앞에는 구경하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노래가 끝나면 우레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학생 한명의 목소리에 모두가 감동한 것이다.

페스티벌은 전시 체험전 이외도 `창의적 소통`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됐다. 3층에 마련된 `모의 법정 대회`에서는 순천매산고등학교 학생이 `무너진 제방`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 재판을 실제로 재연했다. `민영공공재관리법`을 근거로 피고와 원고가 팽팽한 논리 공방을 하면서 법과 사법절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수 십명의 학생이 조화를 이뤄 한 목소리를 내는 학생합창대회와, 사회 이슈에 대해 TED 방식으로 직접 토론해보는 `창의발표(Creative Speech)`, 우수한 독서전략을 소개하는 독서PT 대회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전국 16개 초·중·고등학생과 청소년 수련시설, 청소년단체에 소속된 동아리 60개팀이 음악·댄스·사물놀이 등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층 띄웠다. 체험장 곳곳은 음악소리와 청소년의 웃음소리가 섞였다. 학생이 직접 주인공이 돼 즐기는 축제가 열렸다.

축제를 주관한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창의체험 페스티벌은 학교 현장의 건전한 동아리 문화를 만들고 창의적 체험 활동을 청소년 사이에 정착하기 위해 준비됐다”면서 “전국에서 모인 학생 동아리가 행사를 직접 준비하고 홍보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소통의 축제가 될 것”이라고 행사 개막 소감을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