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에서 당시 연봉의 4배를 주겠다는 제의도 받았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저보고 바보라고 하더군요.”
위대성 동부대우전자 냉기연구소장은 30여년을 냉장고 개발에만 매달린 `장인`이다. 위 연구소장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 졸업하고, 1987년 동부대우전자(당시 대우전자)에 입사해 냉장고 핵심부품인 압축기 개발을 시작으로 26년간 냉장고 관련 분야 기술만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회사가 법정관리의 위기를 겪는 동안 이직 제의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는 “연구원으로서 자존심은 물론이고 우여곡절을 함께 한 회사를 떠날 수 없었다”고 기억했다.

위 연구소장은 한국 가전업체들이 일본 기업과 기술 제휴를 통해 독자 기술을 연구하던 시기부터 국내 냉장고 발전 역사를 모두 지켜봤다. 그의 손을 거쳐 90년대 중반에 나온 입체냉각 방식 냉장고는 입소문을 타면서 1년여만에 국내 시장점유율을 10%나 올리기도 했다.
위 연구소장은 “그 때부터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야 성공한다는 것이 회사 분위기였다”며 “2011년에도 회사가 어려워도 투자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경영진의 기조 아래 대용량 냉장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술 및 금형 설비 투자에만 약 100억원이 투입됐다. 냉장고에 빌트인 김치냉장고 공간까지 확보한 3도어 냉장고 `클라쎄 큐브`는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힌 듯 팔렸다. 실속형 가격으로 소비자 부담을 크게 덜어낸 것도 인기의 한 몫을 했다.
위 소장은 다시 도전에 나섰다. 동부대우전자 출범 이후 첫 출시된 2013년형 스마트 냉장고 클라쎄 큐브 역시 한달만에 5000대가 넘게 팔렸다. 이 제품은 국내 최초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을 적용한 대용량 3도어 냉장고다. 소비자는 냉장고에 스마트폰을 갖다대기만 해도 내부 온도는 물론이고 소비전력, 냉장고를 연 횟수, 이상이나 고장 여부 등을 알 수 있어 편리하다.
최근 위 연구소장은 어느 때보다 신바람나게 일을 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회사를 인수하면서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신제품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료들과 방문한 식당에서 `슬러시 소주`를 만드는 과정을 보고 연구실에서 그 기능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냉각 기술은 물론이고 음식 재료까지 다 냉장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열의를 보였다.
위 연구소장은 “NFC 기술만 해도 스마트그리드, 자동제어 기능 등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다”며 “동부대우전자가 해외수출을 활발히 하는 만큼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있는 냉장고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