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성공을 꿈꾸는 스타트업의 도전은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최근의 텀블러까지 거대한 혁신과 성공스토리는 전설이 됐고 많은 이들의 도전을 이끌어 냈다. 세계 곳곳에서 움튼 혁신의 싹은 그동안 많은 국내 스타트업에게 영감을 줬다. 전자신문은 매주 화요일 유망 해외 스타트업을 소개하는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시리즈를 시작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최환진 이그나잇스파크 대표, 임정욱 다음 글로벌부문장 등 국내 스타트업 최고 전문가 4인이 함께 한다.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의 출사표
“인터넷·모바일 업계에서 사업기획 및 투자를 해온지 10년이 넘은 만큼 해외 서비스를 한국형으로 만드는 사례들을 누구보다 많이 봤다. 해외 서비스를 벤치마킹하는 것은 좋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한국과 실리콘밸리 차이점을 포함해 좋은 사례들을 많이 소개할 계획이다. 많이 기대해줬으면 한다.”
`태스크래빗(TaskRabbit)`은 단기 아르바이트 제공 서비스다. 일거리가 필요한 사람과 인력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한다. `오늘 저녁 7~10시까지 아기 돌봐줄 베이비시터` `일요일 오후 창고 청소해줄 사람` 등 필요한 인력을 태스크래빗 홈페이지에 올린다.
일거리를 찾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유휴 시간, 가능한 지역을 등록한다. `이번 주 일요일 오후 시간 있음. 전자장비 수리, 컴퓨터 복구 작업 능함. LA 지역 가능` 태스크래빗은 지원자에게 적합한 일거리를 추천한다. 사람을 찾는 글을 보고 자신이 적임자다 싶으면 지원할 수 있다.
-정진욱(전자신문 국제부 기자)=서비스는 단순하다. 강점은 무엇인가.
▲임지훈(케이큐브벤처스 대표)=중요한 건 `단기`라는 점이다. 꾸준히 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5시, 오늘 저녁 7~10시, 이런 식이다. 급한 인력을 필요할 때 쓸 수 있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수 있어 상부상조다. 대학생과 은퇴자, 주부 등 유휴 인력이 원하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특정 분야 전문성을 가졌다. 능력 있는 사람들을 비교적 싼 값에 쓸 수 있다.
-정진욱=스타트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비즈니스모델(BM)은 어떤가.
▲임지훈=현실적인 양쪽의 수요를 잘 파악했다. 기존 아르바이트나 구인·구직 사이트는 시간 유연성이 부족했다. 태스크래빗은 미묘한 시간차를 플랫폼화했다. 누구나 상상은 했지만 실행한 것은 최초다. 단기 아르바이트와 인력을 필요한 사람을 모아 연결하고 수수료로 20%를 받는다. 생활의 불편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은 꾸준히 있다. 충분히 매력 있고 확장 가능하다. 실제 회사 매출은 매년 두 배씩 성장하고 있다.
-정진욱=기본적으로 모르는 사람을 소개하는 서비스다. 신뢰가 중요한데, 태스크래빗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었나.
▲임지훈=당연히 신뢰가 기본이다. 처음에는 직접 모든 지원자 능력을 검증하고 기본적인 신상을 조회했다. 지원자가 1만명을 넘으면서는 신원조회 전문회사를 통해 지원자를 가린다. 범죄 유무, 신용상태, 성장배경 등을 확인한다.
지원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경쟁 시스템도 도입했다. 고객 평가를 바탕으로 매월 서비스 페이지 전면에 인기 인력을 배치한다. 같은 능력을 가졌어도 고객 평가가 더 좋은 사람이 더 자주 기회를 얻고 자연히 더 많은 돈을 번다. 인력이 필요한 사람은 지원자를 미리 겪은 이들의 평가를 보며 선택의 폭을 좁힌다. 나쁜 평가를 받은 사람은 자연히 도태되고 능력은 물론 친절하고 신뢰 있는 사람만 남는다.
-정진욱=국내에서 유명한 `해주세요`가 생각난다. 차이점은 뭔가.
▲임지훈=`해주세요`는 배달에 국한한다. 또 고정인력을 쓴다. 국내 스타트업 `푸드플라이`와 `띵동`도 마찬가지다. 태스크래빗은 배달은 물론, 청소와 가전제품 수리, 학습지도 등 분야가 다양하다. 무엇보다 어딘가에 소속된 고정인력이 아니라 유휴 시간이 있는 누구나가 서비스에 참여한다.
-정진욱=태스크래빗의 성장 가능성은.
▲임지훈=현재 미국 5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로 확장하며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다. 시장 수요가 너무 명확하다. 지금처럼 잘 해나간다면 `빌리언(10억) 달러 컴퍼니`도 가능하다.
-정진욱=우리나라에서도 통할까. 국내 스타트업이 비슷한 서비스를 한다면.
▲임지훈=기능보다 철학이 중요하다. 신뢰 있는 서비스를 구축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다고 치자. 네이버에 검색하면 많은 업체가 뜬다. 전화로 상담하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게 전부다. 어느 업체가 믿을 만한지 전혀 알 수 없다. 이사 업체도 마찬가지다. 태스크래빗처럼 믿을 수 있는 인력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처음에는 너무 많은 분야보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태스크래빗의 여러 카테고리 중 우리나라에서 통할 걸 고르면 좋다. 능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 지원자를 충분히 확보한 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비스만 열어 놓고 `아르바이트할 사람 모여라` 이러면 안 된다.
-정진욱=좀 더 명확하게 얘기해 달라. 우리나라에서 통할 분야가 뭔가.
▲임지훈=가사도우미나 베이비시터 등 홈케어 서비스면 경쟁력 있다고 본다. 이쪽이 수요는 크지만 신뢰가 높은 서비스가 없다. 서비스는 많은데 믿을 수 없으니 알음알음 아는 사람만 쓴다. 아직 신뢰와 혁신이 부족한 곳이다.
-정진욱=홈케어 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스타트업이 찾아온다면 얼마를 투자하겠나?
▲임지훈=초기 투자에 집중하는 케이큐브벤처스 특성상 최고 투자액은 5억원 정도다. 대신 어느 정도 성과가 보이면 후속 투자를 열심히 끌어다 줄 거다.(웃음)
-정진욱=태스크래빗 성공에서 배울 점은.
▲임지훈=많은 스타트업이 멋있고 섹시한 것만 하려고 한다. 조금은 잉여 서비스란 느낌도 든다. 스타트업은 삶과 밀접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해야 성공한다. 멋있고, 기술적으로 우수한 기능 많이 붙이는 게 다가 아니다. 유행을 버무리지 말고 생활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태스크래빗이 좋은 사례다.
임지훈 대표가 평가한 `태스크래빗`(5점 만점)
태스크래빗 현황
(자료:크런치베이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