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2부>창조경제를 견인한다 <4>과학기술의 근간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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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알람이나 TV, 라디오, 일기예보, 인터넷, 아바타….` 이들 얘기의 공통점은? 모두가 수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시그널 프로세싱이나 잡음의 부호화, 아날로그 디지털화를 위한 압축과 재생 복구, 애니메이션 제작 때의 유체의 모델화, 인터넷 수학 알고리즘 등등이 모두 수학 모델을 기본으로 한다. 현대인 하루가 수학으로 시작해 수학으로 끝난다는 걸 느끼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순하게는 물건을 사고 팔 때도 숫자가 필요하다. 마치 공기 중의 산소처럼 중요성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다

`2014 세계수학자대회(ICM)`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수학은 지적이고 미학적인 측면과 실용적인 유용함을 함께 고려해야 올바른 이해가 가능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토지 측량이나 치수, 천문관측 등 인류에게 절실했던 문제를 수학이 해결했다. 고대 건축도 마찬가지다.

수학은 지적인 호기심을 바탕으로 주위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발전됐지만, 지금은 과학과 기술 모태로서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됐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GDP) 4만달러 진입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라는 얘기다. 수학은 과학의 언어라고 불린다. `수학의 왕자`로 일컬어지는 독일 수학자 가우스는 “수학은 모든 과학의 여왕”이라고 언급했다.

대표 사례는 뉴턴이다. 요즘 입시생이 골치 아파하는 미적분학을 뉴턴이 만들어냈다. 뉴턴은 이를 통해 행성의 운동을 나타내는데 성공했다. 수학이 과학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한 것이다.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리만기하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양자역학은 20세기 초 만들어진 힐버트 공간의 작용소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힐버트 공간은 제곱의 합이 유한한 수열들의 집합을 말한다. 김동수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이런 역할을 통해 수학이 근대 과학문명을 탄생시킨 근본 동인이 됐다”며 “수학자가 특정한 응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호기심과 지적 탐구로 이룬 결과가 현대에 와서 과학에 접목되고, 상호 응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 영향력 갈수록 확대

최근 수학의 과학에 대한 영향력과 범주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생물정보학 뿐 아니라 신경과학에서도 수학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자상거래 기반인 암호체계는 고도로 발전한 정수론을 필요로 한다. 이산 수학과 알고리즘 연구는 IT의 핵심기술로 자리 잡았다. 꿈의 컴퓨터인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져도 수학적 알고리즘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경영환경에서 기업의 사활이 달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는 최적화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BI는 신속하고 정확한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의 접근, 수집, 저장, 분석과 관련된 기술 및 응용을 모두 일컫는 말이다.

투자와 금융 관련 분야에서는 수학적 방법론의 도입과 사용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확률론과 편미분방정식 분야의 수학적 훈련을 받은 인력 수요도 덩달아 늘고 있다. 순수 수학과 응용수학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현대 수학의 한 트렌드다.

박형주 교수는 “현대 첨단 기술에서는 이미 정립된 어느 특정한 공학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형태의 문제가 나타난다”며 “이는 이미 연구된 수학적 지식을 응용하는 방식만으로는 안 되고, 새로운 사고방식과 새로운 수학의 창조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각 분야의 개별적 문제해결을 위한 독자연구 중심의 전통적 수학연구는 수학 내 여러 분야의 유기적인 결합에 의한 상호보완적 연구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수학과 자연과학, 공학, 또는 사회과학과의 연계도 크게 강화되고 있어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학제간 연구가 큰 흐름이 됐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국가적 재해 예측 문제에서 보듯 문제의 복잡성이나 규모가 한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질학과 물리학, 공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의 공동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국가 어젠다 차원에서 관리되고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골자는 하나다. 높은 수준의 지적 탐구를 수행하는 순수수학 연구는 연구대로 진행하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응용수학 및 산업수학의 연구지원 시스템은 시스템대로 구축해 국가 어젠다의 해결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순수 및 응용별 균형을 갖춘 수학 발전이 국가경쟁력의 척도라는 입장이다.

◇수학투자 비중 미국의 10분의 1도 안돼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R&D 투자비중은 순수기초과학에 12.5%, 수학에 0.4%의 재원을 투입했다. 예산은 572억원으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기계부문 2조1028억원의 37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2011년 미 연구재단 예산중에 순수기초과학에 46.8%, 수학에 4.2%의 예산을 지원했다. 흔히들 수학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연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 선진국들은 이런 수학분야 투자를 통해 과학기술의 기반이자 국가 어젠다 해결 및 조정의 역할을 수행하는 수학을 키우고 있다.

수학이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주춧돌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수학과 과학을 즐기는 문화적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수학계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국민적 관심과 국가적 투자를 통해 세계 수학계를 주도할 인재들을 길러내고, 무엇보다 국가 어젠다의 해결에 기여하는 세계 수준의 수학연구소 구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박형주 교수는 “국내 수학의 세계 10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수학연구의 글로벌화와 차세대 수학자를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시아권의 수학 분야 협력 강화 및 내년에 예정된 서울 세계수학자대회 준비 과정을 통해 국제 수학계와의 네트워킹을 크게 강화하는 등 국내 유망한 젊은 수학자들의 연구훈련 기회도 크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위:억원, %)

(출처:미래부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보고서)

[과학강국 기술대국]<2부>창조경제를 견인한다 <4>과학기술의 근간 `수학`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