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반값 LED 전구`와 우리의 대응 전략

[소재부품칼럼]`반값 LED 전구`와 우리의 대응 전략

주말에 시간을 내서 아내와 함께 집 근처 대형마트를 찾았다. 아내가 장을 보는 동안 발광다이오드(LED) 매장으로 달려가 판매 중인 다양한 브랜드의 LED 전구를 살펴봤다. 얼마 전 신문 전면광고에서 이 대형마트가 파격적인 가격으로 자사 브랜드 LED 전구를 광고한 것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인지 꼭 현장에서 확인하고 싶었다.

매장에는 40W, 60W, 85W 백열전구 대체용 LED 전구가 주로 진열돼 있었다. 40W 백열전구를 사용하는 대신 6W LED 전구를 사용하면 단순 계산하더라도 85%에 이르는 에너지 절약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우리나라는 LED 전구 보급률이 5%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겪은 후 에너지 절약이 국가적 문제로 떠오른 일본은 30%를 넘는다. 하지만 국내 전기 요금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이 확실시되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역시 LED 보급이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LED 전구가 높은 에너지 효율로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는 장점에도 아직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지 못한 것은 비싼 가격 탓이다. 이 때문에 시중 대형마트에서 파격적 가격의 LED 전구가 판매된다는 얘기는 LED 조명 시대가 우리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매장에 나와 있는 LED 전구 제품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 매장에는 국내 업체와 글로벌 기업의 LED 전구가 함께 진열돼 성능과 가격을 적나라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

LED 전구 하나를 예로 들면 유럽 회사 제품은 1만2000원, 대형마트 제품은 6600원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두 회사 모두 중국산 제품이다. 얼마 전 `반값 홍삼` 열풍이 불며 건강식품에도 가격파괴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봤는데 같은 현상이 LED 전구 시장에서도 재현됐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달 대만의 한 연구소 간부를 만났다. 그는 “요즈음 대만 LED 업체의 유능한 엔지니어 상당수가 중국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 대만 LED 산업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국 LED 기업이 대만 엔지니어가 받던 월급의 액수 그대로 중국 화폐단위로 맞춰 주면서 핵심 엔지니어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두 나라 통화 환차를 감안하면 연봉이 4.5배로 뛰는 셈이다.

이들 핵심 엔지니어 유치에 힘입어 이미 중국 LED 칩의 성능은 한국 제품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가격 경쟁력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이다.

LED 조명 산업의 핵심은 LED 칩이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할 수 있는 것은 메모리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빠르게 성장하는 LED 조명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산 LED 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지 않을까.

물밀듯 들어오는 가격파괴형 중국산 LED 전구의 공세를 저지하기 위해 국산 LED 칩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산학연의 퍼스트 무버형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도 뒷받침돼야 한다.

LED 조명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이 정도면 국내 LED 칩 제조사가 잘하고 있다는 안일한 인식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 성능 좋고 값싼 국산 LED 칩이 있어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궁극적인 대중소기업 상생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의준 산업통상자원 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 MD eyoon@osp.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