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해외 SW 인력, 국산 SW기업이 기른다”

“제 친구들이 한국 소프트웨어(SW) 기업에 다니는 걸 무척이나 부러워합니다.”

영림원소프트랩의 베트남법인 개발자 응우옌 밴 히엡씨는 대학 동기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는 베트남의 하노이국립대학에서 공과대학을 나왔다. 소위 말하는 베트남 `엘리트` 출신이다. 그는 첫 직장으로 한국의 전사자원관리(ERP) 기업 영림원소프트랩을 택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신년특집]“해외 SW 인력, 국산 SW기업이 기른다”

기업의 핵심정보시스템인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직접 개발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신이 살고 있는 베트남에서 교육 받으며 근무할 수 있다. 월급도 베트남의 대졸 신입이 받는 초봉보다 갑절 이상 많다. 영림원소프트랩의 베트남법인엔 이러한 개발자들이 24명 있다.

권영범 영림원소프트랩 사장은 “베트남 인력들의 성과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이들 인력들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산 SW 기업, 베트남 IT인재 수급 활발

베트남에선 최근 IT가 유망 산업으로 꼽혀 공과대학에 우수한 인력들이 모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차원에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국 IT기업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계 기업을 선호하지만 베트남 현지 IT 교육 수준으로는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IT 기업 엔지니어로 취직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보니 인력 부재로 애를 먹고 있는 국내 SW 기업과 이해관계가 잘 맞다.

국산 SW 기업이 베트남을 선호하는 데는 중국, 인도 등에 비해 인건비 대비 개발 능력이 뛰어난데다 우리나라와 문화적 차이도 크지 않아 협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림원소프트랩은 국산 SW 기업 가운데 일찌감치 인력난 해소 돌파구를 아시아 시장에서 찾았다. 단순 개발 인력 충원뿐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 핵심 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베트남뿐 아니라 중국연변과기대와도 협약을 맺고 중국연변과기대 출신 학생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이들 인력이 현재 12명 정도 된다. 전체 인력의 5% 수준이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비중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액츠원은 자사의 부족한 인력을 베트남에서 수급하고 동시에 국내 다른 SW 업체들에 인력수급 서비스를 지원하는 형태의 아웃소싱개발센터(ODC)를 베트남 호치민시에 운영하고 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10여명에 불과했던 액츠원 개발 인력이 올해 25명으로 확대됐다. 다른 SW 기업에 수급해 주는 인력도 30여명으로 늘어났다.

액츠원 관계자는 “기본 지원 조직을 제외하곤 모든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이 베트남에 집중되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을 하다 보니 성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베트남 현지 인력을 활용해 차세대 신규서비스 `웹트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액츠원의 ODC를 활용해 베트남 인력을 수급 받았다가 만족도가 높아 최근 10여명에 달하는 자체 ODC센터를 개소했다.

이 외에도 토마토시스템 등이 베트남 개발 인력 채용에 나서고 있다.

김상배 나모인터랙티브 대표는 “중급 이상의 실력 있는 개발자를 국내에서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베트남 인력을 교육시켜 개발에 투입시키고 있다”며 “기대 이상으로 성과를 내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개발 내용을 모두 문서화해서 전달해야 하는 등 개발 프로세스 및 인력 운영 측면에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동남아 SW 인력 양성위해 공동법인 설립

동남아지역 IT인재 육성을 위해 국산 SW 기업이 뭉쳤다. 웹케시는 지난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안랩·케이포엠·퓨처시스템·케이아이비넷·알서포트·위엠비·라온시큐어 6개 기업과 공동법인 `코사인(KOSIGN:Korea Software Innovation Global Network)`을 설립했다.

해외 투자 기회와 리스크를 공유하는 신개념 공동연합체다. 동남아지역 개발도상국의 IT산업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나아가 국내 IT산업의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국산 SW 기업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해외에 공동 법인을 설립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웹케시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앞으로 3년간에 걸쳐 21억원을 공동 투자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인적자원개발(HRD)센터를 설립, 현지 SW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다. 이 센터에서 매년 120명의 SW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향후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IT허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연구개발(R&D) 및 비즈니스센터 구축과 함께 캄보디아와 국내 전문 인력 교류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SW 제품의 현지화 및 공동마케팅으로 현지 SW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석창규 웹케시그룹 대표는 “캄보디아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허브로 삼는다는 목표로 그동안 국산 SW기업들과 공동으로 SW교육센터와 현지 협력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 왔다”며 “동남아시아를 겨냥한 SW R&D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