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98>노벨상과 이그노벨상

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들어진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이라고 있다. 이 상은 미국 하버드 대학의 유머 과학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의 발행인 마크 에이브러햄이 1991년 제정한 것으로,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주는 패러디 노벨상이다.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상에 붙여진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들어졌다. 선정기준 또한 특이하다. 첫째 웃음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한바탕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웃음→호기심→생각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향기 나는 양복`을 개발한 FnC코오롱의 권혁호씨가 1999년 환경 보호상을, 대규모 합동결혼을 성사시킨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2000년 경제학상을 각각 받았다.

이 상의 선정기준인 웃음은 `고소(苦笑)`, 즉 `쓴웃음`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자기도 모르게 손뼉까지 치면서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다. 경멸이나 체념의 뜻으로 웃는 냉소(冷笑)나 더 적극적으로 경멸하면서 웃는 조소(嘲笑)도 아니다. 오히려 기대를 망가뜨리면서 뜻밖의 웃음을 선사는 파안대소(破顔大笑)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도 처음에는 비웃음을 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웃음`의 `비`가 떨어져나가고 비상(飛上)하면서 비상(非常)한 관심을 끈 사례가 많다. 비웃음을 샀던 아이디어는 비로소 의미심장한 `웃음`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창조로 연결되는 것이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조소(嘲笑)와 냉소(冷笑), 실소(失笑)와 고소(苦笑)같은 `비웃음`보다 관심을 보여주고 믿음을 주는 조용한 미소(微笑)를 보내준다면 비상한 관심을 끄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바뀔 수도 있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