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방사광가속기(이하 4세대 가속기) 건설이 늦장 예산지원으로 1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4세대 가속기는 전 세계가 생명현상의 비밀을 풀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첨단 분야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포항 4세대 가속기 건설 차질이 자칫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원천기술 분야 경쟁력에서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을지 우려했다.

15일 경북도와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에 따르면 4세대 가속기 건설사업비 확보가 원활하지 못해 빨라야 2016년 하반기께나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세대 가속기는 현재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가 운영 중인 3세대 가속기(태양의 1억배 밝기)보다 광원이 100억배 밝다. 또 펄스 폭이 1000배 짧아 1000조분의 1초 단위 시간대 물질의 변화와 살아있는 세포 분자 구조를 실시간 동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선진국은 이미 4세대 가속기를 건설해 신약개발과 암치료법 개발에 나섰다. 미국은 2008년, 일본은 2010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4세대 가속기는 단백질 구조 연구를 통한 신약개발, 고해상도 종양 촬영을 통한 암치료 메커니즘 개발 등 과학계에서는 생명연장을 위한 획기적 장치이기 때문에 산업적 파급효과가 커 국가 간 기술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분야다.
실제로 영국과 프랑스, 중국, 스웨덴 등이 현재 독자적인 기술로 4세대 가속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예산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어졌다. 4세대 가속기 구축 사업비는 총 4260억원이다. 이 가운데 1460억원은 기반시설비에 해당되고 나머지 2800억원은 가속기를 구성하는 각종 첨단 장치 구입에 소요된다.
건설사업이 시작된 지난 2011년에는 4세대 가속기 구축을 위한 사업비를 200억원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이듬해에도 45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다행히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1050억원, 1200억원을 확보해 건설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초 준공 시기는 맞출 수 없을 전망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기반시설과 가속기 장치 설비를 마치고 시험운전에 들어가 내년부터 상업운용에 들어가야 한다.
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는 초기 사업비 부족으로 이르면 2016년 초쯤 시험운전에 들어가, 그해 말쯤 본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빔 라인도 우선 3개만 가동할 계획이다. 이 같은 일정도 내년에 나머지 사업비 1100억원을 지원받아야만 가능하다.
이정곤 포항가속기연구소 정책기획팀장은 “다행히 올해는 예산 1100억원을 확보해 4세대 가속기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2015년 나머지 예산을 다 지원받아야 2016년에 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4세대 가속기는 생명현상의 비밀을 푸는 기초연구시설이기도 하지만 신물질과 신소재 분석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소자산업과 의료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건설사업이 늦어지는 만큼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는 그만큼 벌어지는 셈이다.
방사광가속기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4세대 가속기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이면서 창조경제를 떠받치는 대형연구시설”이라며 “국가 예산의 원활한 지원을 통해 건설사업이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