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first mover)`는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창의적인 시장 선도자를 일컫는다. 특히 퍼스트 무버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이 퍼스트 무버를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벗어나 진정한 시장 선도자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패스트 팔로어가 퍼스트 무버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비전 그리고 틀을 깨는 혁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연이어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와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는 퍼스트 무버가 어떤 비전을 갖춰야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무대였다. 독일 자동차 업체 아우디가 그 해답의 일부를 제시했다.
아우디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동차 산업이 이뤄놓은 이동성(mobility)의 개념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동차가 인간과 교감하며 달리는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 같은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것이 아우디의 핵심 전략이다. 그 기반에는 연결성,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진화와 자율 주행 등의 기술이 총망라돼 있다. 특히 독일의 엔지니어링 능력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브레인 파워`를 결합하겠다는 선언은 의미심장하다. 기존 틀과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장 선도자의 모습이 비친다.
이 시점에서 현대·기아차에 퍼스트 무버 전략은 과연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기아차도 두 전시회에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콘셉트카를 대거 공개했지만, 창의적인 시장 선도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에 던지는 화두나 메시지도 없다. 세계 5위를 넘어 4위를 넘보는 자동차 업체가 아직도 패스트 팔로어에 안주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단순 트렌드로 과소평가하는 의외의 판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점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
양종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