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MVNO) 시장에 진출한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자회사인 ktis와 ktcs를 통해 알뜰폰 사업 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사업계획과 방향, 사업개시 시점 등은 이르면 다음주 황창규 회장 내정자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알뜰폰 사업 추진 주체는 KT그룹 마케팅 자회사인 ktis와 고객서비스 사업을 대행하는 ktcs다.
ktis는 올레 고객센터 등 고객서비스 사업과 콘택트 센터 사업, 올레 모바일 유통 등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금 환급(택스 리펀드) 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모색 중이다.
ktcs는 KT의 고객서비스 사업 대행과 콘택트 센터 사업, 114번호 안내 사업 등이 주요 업무다.
ktis는 이미 지난 2011년 별정통신사업자 등록을 하고, 알뜰폰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통신사 자회사의 시장 참여를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포기했다.
하지만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링크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함에 따라 재차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링크가 알뜰폰 가입자 30만명 이상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것도 알뜰폰 시장 진출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ktcs 역시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차원에서 알뜰폰 사업을 검토 중이다.
자회사를 통한 알뜰폰 시장 진출은 모기업인 KT와 자회사 모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KT는 가입자 확대와 마케팅 지표 개선을, 자회사는 사업 다각화와 매출 증대를 도모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KT는 자회사의 MVNO 가입자를 통해 전체 가입자를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 있다”면서 “특히 가입자당월매출액(ARPU)이 낮은 고객을 MVNO 자회사가 흡수하면 모회사인 KT의 ARPU가 상승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신사가 자회사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자칫 알뜰폰 시장이 KT와 SK텔레콤 등 통신사 자회사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뜰폰 업체 한 대표는 “통신사(MNO)와 한 회사나 다름 없는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 모회사와 협력해 훨씬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시장에서의 출발점이 다른 회사가 진입하면 장기적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중소 전문업체 입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SK텔레콤 자회사에 이어 KT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 진입하면 궁극적으로 MNO 자회사, 대기업 경쟁으로 시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양사 관계자는 “MVNO 사업에 관심을 두고 살펴보긴 했지만 사업 추진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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