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공개 `모르쇠` 외국계 IT 기업, 정부·국회가 바로잡는다

매년 중견·대기업 수준의 매출을 올리면서도 사업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는 외국계 IT 기업들도 앞으로는 공시와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금융위원회가 유한회사의 외부감사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반기 국회에 제출, 연내에 통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달 `영리법인 등의 회계 및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입법예고한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유한회사의 외부감사 의무화, 대형 비상장 주식회사와 비영리법인의 회계 투명성 제고 등이다. 금융위는 입법예고를 거쳐 늦어도 상반기 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앞서 김태호 의원은 유사한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금융위 법안이 더 포괄적이고 일부 차이가 있지만 외부감사 의무화 등 주요 내용은 동일하다. 금융위와 김 의원 측은 향후 병합심사를 거쳐 하나의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법안의 핵심은 그동안 방만하게 이뤄졌던 유한회사의 관리감독 강화다. 마이크소로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 주요 외국계 IT 기업을 비롯한 총 2만565개 기업은 유한회사로서 외부감사, 공시 의무에서 제외됐다. 외부감사가 없기 때문에 법인세도 기업이 자체 산정한 수익을 근거로 납부해왔다.

금융위와 김 의원 측은 유한회사가 당초 소수 출자자 간 폐쇄적 기업운영의 편의를 위해 도입됐지만 지난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사원 수, 지분양도 제한이 폐지돼 주식회사와 유사해졌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유한회사라는 이유만으로 외부감사 의무 등이 면제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김 의원 측은 유한회사 중 외국계 기업은 공시 의무 회피로 손쉽게 수익 규모를 은폐하는 `역내 탈세`가 우려돼 유한회사의 회계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야와 정부 모두 특별한 이견이 없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 전망이다. 김 의원 측은 내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당장 내년 시행은 어렵다는 상황이어서 실제 도입 시기는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 마련은 거의 마무리된 상황으로 2~3월 입법예고를 거쳐 상반기에는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실제 시행까지는 어느 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해 내년 바로 시행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