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정상돈 ETRI 시냅스소자 창의연구센터장

[대한민국 과학자]정상돈 ETRI 시냅스소자 창의연구센터장

“수천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를 보유한 뇌가 쓰는 전력소모량은 20W에 불과하고, 데이터 처리속도는 현존 슈퍼컴퓨터 대비 1000배나 빠릅니다. 이런 걸 만들어보자는 것이죠.”

‘브레인 IT’에 도전하고 있는 정상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시냅스소자 창의연구센터장의 R&D 지향점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올해부터 시냅스 기능을 모방한 집적회로 연구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2008년 HP가 기억과 처리를 동시에 하는 레지스터(컴퓨터 CPU에 들어있는 소규모 데이터 기억장치)구조의 소자를 만드는데 성공한 이후 각국 연구가 활발해졌죠.”

본래 이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는 강성모 KAIST총장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UC버클리대의 레온 추아 교수다. 추아 교수에 의해 비선형 시스템 분야에서 스위칭 기능을 가지면서도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정보를 기억하는 메모리레지스터가 제안됐다. 이를 입증한 것이 HP다.

일본 파나소닉은 이 이론을 기반으로 차세대 저항메모리(ReRAM)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SK하이닉스가 IBM, HP와 협업을 통해 ReRAM을 개발 중이다.

정 센터장은 “이 레지스터는 구조가 두 개의 선과 물질만 있으면 구현될 정도로 정말 간단하다”며 “CPU 내에 메모리가 같이 구현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현재 이 연구에는 황현상 포스텍 교수 연구팀이 참여하고 있다.

“뇌에 존재하는 뉴런은 대략 1만개 정도의 다른 신경세포와 신호를 주고받는데, 이때 정보를 저장하고 학습하는 곳이 바로 시냅스입니다. 이걸 모방하면 컴퓨터와 저장장치가 한 곳에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을 연결하는 접합부로 20㎚ 간격으로 돼 있다. 이 시냅스를 통해 신경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데, 반복학습을 할수록 신호의 세기가 강해지고 기억이 오래간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즉, 공부 잘하는 사람은 이 시냅스 기능이 보다 활발하다는 것이다.

이를 해석해 확대하면 궁극적으로 뇌에 저장장치를 가진 수천억 개의 컴퓨터가 들어앉아 초고성능 슈퍼컴퓨팅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대량의 정보를 뇌에 임의적으로 입력하는 등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대도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지난 2010년엔 신경계인터페이스연구팀을 이끌며 뇌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거동이 어려운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과제를 수행했다. 2012년엔 신경신호기록 시스템을 국산화해 벤처기업에 기술이전했다. 또 전기신호 전달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전극의 면적을 늘리기 위한 나노와이어와 재료 연구도 함께 진행해 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