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소재·부품기업 네트워크 만들어야

[소재부품칼럼]소재·부품기업 네트워크 만들어야

스마트폰에서는 쉴 새 없이 카카오톡, 밴드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알림 신호를 울린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와도 실시간으로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다. 세상 사는데 필요한 정보 뿐 아니라 마음을 치유시켜 주는 좋은 글도 마음껏 공유할 수 있다.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좋든 싫든 우리는 네트워크로 묶여졌다.

그러나 네트워크로 엮인 세상 속에서 아직 폐쇄적인 영역이 있다. 바로 소재·부품산업이다. 스마트폰·TV·자동차 등 우리나라 완제품 제조(세트)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도 많이 성장했다. 아직 영세한 업체가 많기는 하지만, 연매출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르고 업체수도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

우리나라 세트 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과 달리 소재·부품 업체들은 아직 세계 시장을 정조준하기에는 역량이 달린다. 내부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트렌드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하는게 필요하다. 새로운 소재·부품이 개발돼도 상업화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요즘같이 시장 트렌드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새로 개발된 소재·부품이 상용화되기도 전에 수요처가 사라질 위험도 크다.

소재·부품 업체들이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적절히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대다수 국내 소재·부품 업체들은 기존 거래처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우리 소재·부품 업체들이 지속성장하려면 현재 고객사 뿐 아니라 잠재적인 거래처를 잘 이해해야 한다. 한 발 앞선 기업만이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에 소재·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는 향후 전기차 시장을 눈여겨 봐야 한다. 지금 보유한 기술을 조금만 개선한다면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에 얼마든지 소재·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것은 잘 안다. 우리 중소·중견 기업은 항상 전문인력이 부족해 독자적으로 시장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그러나 큰 비용과 인력을 들이지 않고도 혁신을 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여러 업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업체가 만날 수 있는 글로벌 고객사는 많지 않다. 알 수 있는 시장 정보도 제한적이다. 그러나 10개 소재·부품 업체가 만나는 고객사들로부터 시장 정보를 모은다면 어떨까. 세계 IT 시장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세계 어떤 IT 업체와도 접촉할 수 있다.

혹시 경쟁 업체에 고객 정보를 뺏길 수 있다는 걱정도 많을 테다. 우리 소재·부품 업체들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 IT 산업에서 일본산 소재·부품 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우리 기업끼리 협력해서 잃는 것보다 얻을 게 훨씬 많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좀 더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보다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해 회사를 키우는 게 훨씬 현명하다.

소재·부품 업체간 기술, 정보 등을 공유하고 나아가 공동 개발까지 추진한다면 우리나라 산업 구조는 한 층 더 탄탄해질 것이다. 기업간 협력 뿐 아니라 대학교·국책 연구소와도 긴밀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방대한 정보와 개발된 기술을 공유하면 시너지효과는 더욱 배가될 수 있다. 네트워크의 위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 SNS가 우리 삶 속으로 파고든 것처럼 우리 소재·부품 업체들도 네크워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의훈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euehunlee@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