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20년 역사가 증명한 ‘안전의 대명사’ UL을 가다

바람과 재즈, 마천루의 도시 시카고는 빼어난 경관만큼이나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도시 절반이 넘게 소실된 1871년 시카고 대화재가 바로 그것이다. 시카고는 상처를 그저 덮는데 그치지 않았다. 과학적·체계적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상처 재발’을 막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중심에 UL이 있다.

UL 본사에 있는 화재실험실. 화재 상황을 연출해 건축자재의 내열성을 평가한다.
<UL 본사에 있는 화재실험실. 화재 상황을 연출해 건축자재의 내열성을 평가한다.>

지난 1894년 설립된 UL의 붉은색 인증 표시는 ‘안전’의 대명사로 통한다. 대화재가 UL의 탄생 배경이 된 만큼 시카고 노스브룩에 위치한 본사 화재 실험실의 규모와 첨단성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곳 작업은 단순 시뮬레이션이 아니다. 각종 건축자재 내열성을 시험하기 위해 건축물 일부를 직접 제작한다. 이후 화재 상황을 가정해 한두 시간 동안 2000도의 불꽃을 가해 얼마나 잘 견디는지 조사·분석한다. 화재 안전성 검사 대상은 건축자재부터 매트리스, 전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압권은 대형 창고에 설치되는 스프링클러 시험 설비다. 실제 대형 창고 크기의 실험실에 선반을 마련해 물건을 쌓고 불을 붙여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을 세심하게 분석한다. 존 드렌젠버그 UL 소비자 안전 담당 이사는 “화재 시 스프링클러가 얼마나 작동했는지 센서로 감지하고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위험하고 더러운 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UL의 프리몬트랩은 본사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무선기술·전자결제보안 등 컨슈머 테크놀로지(C-Tech) 분야를 맡는 곳이어서 첨단 실험실과 설비가 주를 이룬다. 세계 유수 전자업체 직원이 UL 인증을 받기 위해 며칠이고 머문다.

프리몬트랩에는 전자파적합성(EMC), OTA(Over The Air), 전자파흡수율(SAR) 등과 관련한 실험실이 있다. 수요가 계속 늘어 실험실 수를 늘리고 있다는 게 UL 측 설명이다. 각 실험실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환경을 갖춰 전자파 영향 등을 측정한다. 최근 각광받는 각종 웨어러블 기기도 이곳에서 시험받는다. 마이크 쿠오 UL 북미지역 컨슈머 테크놀로지 부문 부사장은 “‘첨단기술(hi-tech)’ 중에서도 무선기술과 전자결제보안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미국은 한국에 비하면 이제 시작 단계로 그만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

“지속적인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서는 20세기와는 또 다른 청사진과 운영 방식이 필요합니다.”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은 120년이라는 UL 역사에서 지난 100년보다 최근 20년의 변화가 더 급격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UL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끊임없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매년 약 220억개 제품에 UL 마크가 붙고, 세계 6만9000개 기업이 UL 인증 제품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높은 신뢰를 증명한다. 윌리엄스 회장은 ‘엄격한 기준’과 ‘독립성’을 비결로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과 시장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0여년간 한국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고, 이와 함께 UL코리아의 중요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UL코리아가 지난 1996년 설립 후 꾸준히 규모를 늘려 지금은 직원 약 200명 수준으로 커졌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회장은 “한국 내 다양한 시험기관과 강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며 “앞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샌프란시스코(미국)=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