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vs 증권업계, 신매매시스템 이용요금 인상안 놓고 `정면 충돌`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거래소의 회선 사용료 정책 변경 추이

증권 매매시스템 고도화 비용 부담을 놓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국거래소와 이를 이용하는 증권사 간 입장차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는 시스템이 개선됐으니 비용을 더 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증권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정면으로 맞섰다. 침체된 국내 증권 업황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두 주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지난 3일 ‘엑스추어플러스(Exture+)’ 시스템 회선 사용료 최종 인상안을 각 증권사에 고지했다. 엑스추어플러스는 거래소가 국내 60여개 증권사에 제공하는 코스피·코스닥·코넥스·파생상품·채권시장 신(新) 매매 핵심 시스템으로 지난 3월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고지된 내용은 회선(프로세서)당 사용료를 기존 월 22만원에서 30만원으로, 추가 회선 사용료는 기존 201만원에서 240만원까지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 회선 이용 상한선은 기존 20개에서 16개로 줄어든다. 이용료 인상 시행일자는 7월부터다. 통상 수십 개 회선을 사용하는 중견 증권사의 경우 월 2000만∼3000만원의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번 인상안은 ‘요금 동결’을 주장해 왔던 증권사들에 사실상의 최종 통보 성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선의 절충안”이라며 “회원사 통지가 완료돼 더 이상 재조정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요금을 올리려는 거래소와 이를 저지하려는 증권사 간 갈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불거졌다. 거래소가 새 시스템 가동을 예고하면서 새 회선 요금 정책도 함께 밝힌 것. 당시 거래소는 한 개의 표준으로 운영되던 회선 사용료를 수준별로 차등화하고 요금을 달리받겠다고 발표했지만 증권사 반대에 부딪쳐 결국 한 회선으로 통일시켰다.

이후 거래소는 “기존 50TPS(트랜잭션/초)였던 주문 처리 속도가 150TPS로 높아져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요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기본 회선당 사용료를 22만원에서 60만원으로, 추가 회선당 사용료를 201만원에서 270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이 골자였다.

여기서도 저항이 거세지자 거래소는 증권사 대표단과 두 달간 수차례 협의 끝에 기본 회선료 30만원, 추가 회선료 240만원 카드를 제시했다. 또 ‘올해까지 지난해 사용료를 넘어서는 요금 인상분은 받지 않겠다’는 조정안을 내놓으며 업계 달래기에 나섰다.

문제는 내년 초 본격 적용될 인상안에서도 양측 간 입장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있는 직원도 내보낼 만큼 증권사 업황이 어려운 때에 요구하지도 않은 시스템 개선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측은 “데이터를 3배 더 처리할 수 있는 회선 용량 덕에 증권사가 오히려 회선 수를 줄일 수 있어 전체 요금은 줄어들 수 있다”고 반박했다.

<거래소의 회선 사용료 정책 변경 추이 / 자료: 한국거래소·금융투자업계>


거래소의 회선 사용료 정책 변경 추이 / 자료: 한국거래소·금융투자업계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