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열쇠 `감성 소재부품`

[소재부품칼럼]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열쇠 `감성 소재부품`

은은하고 몽환적인 배경 음악이 흐른다. 이국적 분위기의 풍경 위로 떠오른 자막은 이렇다. “어디에도 없던 아침, 어디에도 없던 세월, 어디에도 없던 전설, 어디에도 없던 바다, 어디에도 없던 향기, 어디에도 없던 곳 인도양.”

올해의 광고상과 소비자가 뽑은 광고상을 받은 국내 항공사의 TV광고다. ‘빠르고 안전하다’는 항공 서비스 특유의 기능을 강조하는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그 보다는 지금이라도 당장 거기에 가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한다. 고객의 오감을 일깨우는 전형적인 감성 광고다.

소비자 감성에 호소하는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생산자의 제품 기획과 설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생산과 공급 방식이 생산자에 의해 결정됐다. 지금은 최종 사용자의 감성적 욕망이 그 과정을 지배한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시장에서 상품으로 진열되고 소비자의 구매를 통해 용품으로 전환된다. 이때 소비자 선택 과정에서는 상품에 대한 만족감, 브랜드, 디자인, 사용 편의성 등 감성적 요소가 핵심적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생산자인 기업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유명 디자이너를 영입해 디자인 투자를 늘린다. 제품에 이야기와 히스토리를 입히는 스토리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심지어 제품 개발 과정에 예술적 가치를 더하는 ‘테카르트(tech-art)’가 생산 현장의 슬로건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품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소재와 부품에 감성이라는 옷을 적절하게 입혀야 한다. 소재부품에서 감성 혁신이 더해지지 않으면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당기는 제품이 생산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수출액에서 소재부품이 47%를 차지했다. 소재부품 무역흑자는 976억달러 규모로 전산업 무역흑자 441억달러의 2.2배에 달한다. 올해는 소재부품 무역흑자 1000억달러 달성도 기대된다. 소재부품 산업이 우리나라 경쟁력의 근간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대 일본 소재부품 적자다. 지난 2011년 이후 3년 연속 줄어들고는 있지만 지난해에도 여전히 적자 폭이 205억달러에 달했다.

중국도 걱정거리다. 우리 소재부품 산업은 중국을 상대로 470억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 중국은 수입을 줄이기 위해 자국 소재부품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소재부품분야에서 중국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동시에 일본과 격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무엇보다 소재부품 기술 고도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때 고도화와 고부가가치 실현은 감성 상품을 위한 소재부품 육성을 통해 가능하다.

다행히 요즘 들어 감성 소재부품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있다. 그러나 이 분야를 효율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감성 소재부품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을 연계해 시너지를 꾀해야 한다.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며 그들의 접근을 원활하게 하는 감성 소재부품 컨트롤타워를 정부 차원에서 세워야 한다. 현장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감성연구를 체계화, 조직화해 감성 소재부품을 육성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가야 한다.

최근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감성 소재부품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는 것 또한 국가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라 확신한다. 소재부품 산업이 우리 경쟁력을 떠받드는 효자 산업이고, 앞으로도 그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김홍석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소재부품단장 hskim0318@kia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