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자동차 해킹 방지기술 개발에 나섰다. 자동차와 인터넷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커넥티드카’ 시대가 열리면서 해킹을 통한 사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내년 초까지 기술 개발을 마치고 현대·기아차 커넥티드카 시스템에 적용하기로 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이어서 관련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3월 현대오토에버를 통해 자동차 해킹 방지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1년짜리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번 기술개발이 성공하면 현대차는 자사 커넥티드카 시스템 ‘블루링크’와 기아차 ‘UVO’에 이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보안을 크게 실내보안과 실외보안으로 나눈다. 실내보안은 차량에 직접 접촉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침입 시도를 막는데 중점을 둔다. 이와 달리 실외보안은 근거리 및 장거리 통신망을 통한 침입 시도를 봉쇄하는 게 목적이다. 특히 최근 장거리 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커넥티드카가 널리 보급되면서 이에 대한 해킹 우려가 커졌다.
이번에 현대차가 주목하는 것은 장거리 통신을 통한 해킹이다. 블루링크는 스마트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반 통신회선을 사용한다. 현대차가 운영하는 서버와 자동차를 연결해주는 것이 스마트폰인데, 이 연결망을 뚫고 들어가면 서버가 자동차에 내리는 명령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있었던 해킹 시연에 충격을 받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한 대학에서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감염시키는 방법으로 달리는 차를 해킹해 마음대로 조종하는 시연을 한 적이 있다”면서 “정의선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완벽한 방어 체계를 만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활발한 해킹 대응 논의가 이뤄지는 해외와 달리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상황에서 현대차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량 보안 관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커넥티드카가 보편화되는 상황에서 보안 기술 개발이 시급한데도 국내에선 손을 놓고 있던 측면이 있다”면서 “뒤늦게라도 관련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