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LED용 형광체 특허분쟁의 교훈

[소재부품칼럼]LED용 형광체 특허분쟁의 교훈

최근 발광다이오드(LED)시장에서 초미의 관심 속에 진행됐던 형광체 특허분쟁 결과는 우리 소재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2011년 12월 미쓰비시화학은 미국 인터매틱스와 한국 판매업체인 GVP가 미쓰비시화학과 물질·재료연구기구의 적색형광체에 관한 특허(대한민국 특허 제816693호)를 침해했다고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고, 당시 법원은 이를 인정해 2013년 2월 적색형광체의 한국 내 수입과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인터매틱스는 지난 2012년 9월 한국 특허심판원에 적색형광체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한국 특허심판원이 2013년 4월 청구를 기각하고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자 이에 불복해 심결취소 소송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특허심판원이 특허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지 1년 2개월 만인 올해 6월 3일 인터매틱스의 소송을 기각하고, 특허 유효성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아직 대법원의 최종판단이 남아 있기는 하나 관련 논쟁은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그간 우리가 안이하게 생각하고 대처해왔던 물질특허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적극 수용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책을 세울 때임을 시사한다.

우리는 물질특허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기술특허 종착점으로서 ‘특허의 등록사실 자체보다 등록된 특허가 분쟁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하느냐’라는 관점에서 개별 특허의 가치가 인정받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즉, 국내외를 막론하고 등록특허들 중에 과연 경제성이 높으면서도 분쟁에서 진정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특허는 몇이나 될까라는 질문에 답할 시간이 온 것이다.

이번 특허 분쟁에 관한 법원의 판단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형광체의 신규성에 관한 판단 기준이 법리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무기물 기반의 결정질 기능성 소재는 특유의 결정구조로서 그 정체성을 특정 지을 수 있으며, 이러한 결정구조를 기준으로 여러 가능한 원소의 조합에 따라 예측 가능한 기능성을 창출한다. 이번 소송에서는 일반적으로 선행특허로서 알려진 형광체의 결정구조를 유지한 채 제3의 원소를 치환 또는 도핑해 특허를 피해가려는 시도는 더 이상 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해졌다.

이 같은 교훈은 앞선 LG전자의 LED 형광체 관련 특허 분쟁에서도 미국 및 유럽연합의 무역위원회가 독일 오스람 측 손을 들어 준 사실로부터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분쟁의 명백한 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LED 형광체 연구 및 생산 업체들은 그 사항에 대한 정확한 이해부족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조성변형물 또는 하이브리드에 대한 특허를 창출하는 것도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미쓰비시화학과 인터매틱스 간 특허분쟁 결과로 유추해 볼 때, 원천 특허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방어무기를 갖기는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형광체뿐 아니라 향후 다른 무기물 기반 소재 분야에서도 이러한 해석 및 철학이 공히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의소재 디스커버리 사업(2015년 2월 착수)’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험과학, ICT와 접목된 신연구방법론’에 입각한 소재개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규소재 개발을 모토로 하고 있다. 단순 조성변형물 또는 형상변형물 수준의 구태의연한 연구사업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이번 사업은 그러한 의미에서 ‘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퍼스트 무버’로서 대한민국의 소재기술 위상을 갖추기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본다.

김선재 한국연구재단 단장(세종대 교수) sjkim1@nr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