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1-새로운 융합, 협업]증권+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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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 뉴욕 도심 한 복판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물 ‘인터게이트. 맨하탄(INTERGATE. MANHATTAN)’. 건물 하나가 통째로 ‘사베이 데이터센터’라 불리며 데이터센터 역할을 하는 이 최신식 빌딩은 뉴욕시의 기업·금융 서비스를 위한 초고속 데이터 전초기지다. 경찰 병력이 근방에 위치하고 전력·통신과 보안 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밀집해 놓은 이곳은 금융업에서 정보기술(IT)의 기능이 더 이상 기본 인프라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심 한 복판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물 `인터게이트.맨하탄`이 소재한 뉴욕시 전경
도심 한 복판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물 `인터게이트.맨하탄`이 소재한 뉴욕시 전경

자본시장의 유동성을 견인하는 IT는 금융업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도 가져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다. 차세대 기술을 적용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만나 IT로 전환을 모색하는 한국의 증권업도 변화에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증권, SNS와 만나다

개인 투자자 감소로 1일 거래대금이 3조~5조원대에 그치는 국내 주식시장은 증권사들의 핵심 수익원인 중개 수익을 큰 폭으로 깎아내려 왔다. 바닥에 가까운 수수료를 더 낮추려는 증권사 간 경쟁은 결국 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천수답식 영업에 머물렀다’는 외부 비판과 ‘규제와 환경 탓’이라는 내부 불만이 고조에 이른 올해, 증권업에 새 가능성을 안고 등장한 서비스 모델이 ‘소셜트레이딩서비스(STS)’다.

올 상반기 투자 정보와 모의투자에 역점을 둔 모바일 서비스가 대거 쏟아졌으며 증권사도 이들 기업과 속속 손을 잡았다. 4000만명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사용자와 3500만명의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를 잠재 투자자로 유치하겠다는 증권업의 새 활로개척이 시작됐다.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된 ‘증권플러스 포 카카오’는 그 중 하나. 이 앱에 주식 정보·매매 서비스를 국내 처음 연동한 키움증권의 임경호 상무는 “카카오톡은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을 이뤘고 키움증권은 온라인 증권거래 대중화의 새 장을 열어온 만큼 이번 만남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STS의 의미는 당장의 수익창출보다 바뀌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발맞추는 증권업이 소통방식 변화에 있다. 2000년대 등장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불과 5년 전 생겨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PC와 모바일로 각각 주식거래를 가능케 했다면, 이제 서로 소통하고 주고받는 친숙한 정보채널에서 주식거래를 하거나 정보를 접하는 소셜증권 시대로 진입하는 것이다.

페이스북·트위터에서도 로그인 단계를 줄이고 곧장 증권사의 매매 시스템으로 연결되게 하려는 SNS 서비스 확장은 계속되고 있다. 바른에프앤의 ‘트레이드 스타’, 위버플의 ‘스넥’, 싱가포르의 ‘트레이드 히어로’ 등 모바일 앱 기반 모의투자·주식 시뮬레이션 서비스도 확대 중이다.

◇‘빅데이터·클라우드’에 바뀐 증권업의 미래

올해 증권업을 두드린 또 하나의 IT 화두가 빅데이터다. 대신증권·미래에셋증권 등이 ‘빅데이터’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많은 거래 중 사기 가능성이 있는 계좌를 찾아내거나 의심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빅데이터 로그 분석 툴을 도입한다. 구원회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고객의 로그를 분석하고 서비스 향상과 맞춤형 상품 제공으로 확장시켜갈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형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역량을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이 고객 관리의 중심을 ‘상품’이나 ‘계좌’ 중심에서 ‘사용자’ 관점으로 데 필요한 핵심 도구로서 빅데이터의 가능성에 거는 기대다. 수년 내 개인 맞춤형 증권 서비스 출현이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홈페이지를 찾는 투자자들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 선호 서비스를 분석하고 페이지 레이아웃을 달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증권업에서 투자자의 거래현황과 거래상품을 분석해 연결하는 금융상품 추천, SNS 마케팅에 적용하는 방안 등이 추진되고 있다.

코스콤은 주가예측에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올 하반기 이후 증권사에 보급하고 중국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았다. 이규일 코스콤 상무는 “자본시장을 위한 빅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비스도 확산할 계획”이라고 기대했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기술은 비용절감 뿐 아니라 빅데이터 활용과 저장, 그리고 모바일 서비스 확대를 위한 기반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 이 상무는 “증권업의 IT 비용을 줄이고 공동 운영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의 중심은 ‘모바일’로…‘손 안의 혁명’

객장에서 PC, 모바일로 옮겨오는 투자자의 움직임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의 ‘주문매체별 거래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코스닥 시장에서 HTS를 통한 거래대금 비중은 모두 3% 이상 감소했지만 무선단말을 쓴 거래대금 비중은 0.45%P, 2.34%P씩 각각 증가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거래 비중은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가는 반면 HTS 입지가 좁아지는 형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무선단말에서 거래된 유가증권시장 일 평균거래대금은 7286억원에 달했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도 7135억원이었다. 매일 1조5000억원 가량이 ‘엄지 클릭’으로 오가는 셈이다. 모바일 기기로 투자하는 거래대금 비중 상위 종목 2위를 SK가 차지했고, 4위 삼성전자, 7위 SK C&C, 9위 SK텔레콤 등 IT기업이 포진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증권사의 MTS도 위젯, 알림 서비스 등 기능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나아가 PC에서 모바일로 보내던 각종 정보를 모바일에서 PC로 보내는 ‘모바일 중심화’도 촉진되고 있다. 이석로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스마트폰에서 보고 입력하는 모든 데이터를 PC와 동기화하는 N스크린 기술이 확산될 것이며 홈페이지·HTS 없이도 모바일에서 가입부터 거래까지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한다”며 “PC와 모바일 환경을 동일하게 운영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의 접목이 유기적인 정보 공유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했다.


[표]증권사와 소셜 모바일 앱 서비스의 영역 확장 및 기능

[표] 유가증권시장 주문매체별 일평균거래대금 및 비중 (자료:한국거래소)

[표] 코스닥시장 주문매체별 일평균거래대금 및 비중 (자료:한국거래소)

◆한국의 `증권 IT`는 어떻게 움직이나

우리나라 증권 거래에 PC를 이용한 매매가 등장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전산 매매’ 점유율은 5%. 10년이 흐른 1997년에는 증권 거래가 완전한 전산매매로 전환했다.

이후에는 디지털 경로를 거쳐 △영업 단말기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세 가지로 이뤄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987년만해도 일부 거래소 직원이 부정을 저질러 배분을 잘해준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며 “이제는 사람 개입 없이 시스템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확하고 공정한 체결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2000년대 초 온라인 증권사의 등장과 성장은 증권거래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현재 코스피·코스닥·코넥스와 파생상품·채권 등 전체 상장된 종목 수는 2만1400여 종목에 이른다. 일 평균 자본시장 거래 규모는 총 46조9000억원이다. 코스피 시장이 약 3조3000억원, 코스닥 시장이 1조9000억원, 채권이 5조3000억원, 파생상품이 35조9000억원 정도 된다.

각 증권사로 들어온 주문이 한국거래소의 전산센터로 연결돼 거래가 체결된다. 서버·네트워크·보안장비 등 3000여대를 넘는 거래소의 시스템은 크게 서울과 부산에 나뉘어 있다. 서울에 코스피·코스닥·채권 메인 시스템이, 부산에 파생상품 메인 시스템이 자리해 있다. 서울 데이터센터의 재해복구(DR) 센터는 부산에, 부산 데이터센터의 DR 센터는 서울에 각각 위치해 지진·화재와 홍수 등 비상시에 대응토록 조성됐다.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시장 등이 각각 따로 운영되게 설계돼 있으며 한 시스템이 문제가 생겨도 다른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게 분리돼 있다. 큰 틀로는 각 증권사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시스템과도 연결돼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거래소 관계자는 “66개 회원사의 주문 시스템과 연결돼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형평성’이라며 특정 주문 경로가 더 빨라져 이익이 상충되면 안 된다”며 “현장감리 등을 통해 검사도 진행한다”고 전했다.

주문을 처리하는 핵심 시스템이 ‘매매체결’ 시스템이다. ‘엑스추어플러스’라고 명명된 새 매매체결 시스템이 지난 3월 가동을 시작했으며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엑스추어플러스 사용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싱크방식’에서 ‘언싱크방식’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회원사에서 호가를 제출하면 거래소가 받아 저장하고 다시 체크를 해서 응답을 회원사에 다시 넘겨 준 이후에야 다음 주문이 들어오는 ‘싱크방식’이었다”며 “이제 투자자가 회원사에 주문을 넣은 후 거래소 응답 없이도 바로 다음 주문을 낼 수 있는 언싱크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거래소로 입수된 주문내역은 데이터 손실 없이 100% 보장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침 7시 30분부터 호가가 접수되지만 장을 운영하기 위해 시스템은 24시간 준비과정을 거친다”고 부연했다.

◆무한대의 가능성 IT...글로벌 온라인 자산관리 산업 `성장세`

자본시장에서 ‘IT’의 접목은 단순히 속도와 기능의 개선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등장시켰다. ‘온라인 자산관리 시장’이 가장 대표적 예다.

앞서 이미 세계증권산업은 전통적 브로커리지 업무, 투자은행(IB)과 자기매매, 그리고 자산관리 업무가 핵심 수익 모델이다. 브로커리지 중심에서 자산관리로 무게 중심을 옮겨 성공한 해외 사례로 찰스스왑이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수수료 경쟁의 선두에 있던 브로커리지 중심 회사였던 찰스스왑은 자산관리 서비스에 뛰어든 이후 IT를 적용한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전환에 성공했다. 찰스스왑은 앞서 국내 ‘펀드슈퍼마켓’ 개념인 ‘무추얼 펀드 원소스’ 서비스를 출시해 온라인 시장 영역을 단순 주식거래에서 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로 확대시킨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미 2012년 세계 순자산의 40% 이상을 보유한 대중 부유층이 금융사들의 주요 타깃층으로 부상하면서 비용효율적인 온라인 채널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인 이들은 금융지식을 보유하고 자산관리 수요가 높다.

투자자문과 운용, 관리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2000년대 후반부터 등장했다. 온라인에만 특화된 회사도 속속 출현하면서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메릴린치는 2010년 온라인 자산관리 브랜드를 내놨으며 에델만 파이낸셜은 지난해 투자 금액 5000달러 이상 투자자 대상 온라인 자산운용 서비스를 개시했다. 찰스스왑도 일정 투자 금액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서비스를 확대했다. 뱅가드도 지난해 부유층 타깃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브로커리지와 금융상품 판매에 초점을 맞췄던 온라인 영업방식은 일대일 포트폴리오 자문을 중점으로 하는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으며 자동화된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온라인 특화 시장도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이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KDB대우증권 등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표]증권사별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개발·확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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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