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신소재 개발, `한국형 연구 플랫폼`부터

[소재부품칼럼]신소재 개발, `한국형 연구 플랫폼`부터

지난 10여년간 우리 정부와 과학기술계는 새로운 미래를 열 소재기술 확보에 많은 재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우리 소재부품산업은 세계 5위권에 올랐고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47%를 차지했다.

정부는 WPM(World Premier Materials)과 같은 국가 대형사업으로 발광다이오드(LED)용 사파이어 단결정 성장 기술, 이차전지 기술 등 기존 소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기술을 발굴해 수입품 대체 효과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높였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산업 분야 핵심소재들은 여전히 대일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부품·완제품 형태의 수출은 계속 늘었으나 소재는 여전히 수출량 대비 수입량이 많은 실정이다. 한국 정보통신 산업의 표면적 성장이 결국 일본처럼 원재료를 납품하는 국가의 경쟁력을 더 강화시켜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산업의 획기적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신소재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한 배경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소재개발은 전문가의 직관과 시행착오 방법에 의해 많은 성과를 창출했다. 자원은 빈약하지만 고급 인력을 양성해 선진산업을 단기간에 추격해야 하는 과거의 우리나라 실정에는 적절한 개발 전략이었다. 하지만 소재부품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기존 시행착오적인 연구에서 탈피해 새롭고 창의적인 연구방법론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MGI(Materials Genome Initiative)는 새로운 소재의 체계적 발견, 그리고 발견에서 상용화까지의 기간 단축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계산과학, 조합실험, 그리고 데이터 처리 방법론까지 세 가지 연구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

일본은 희토류 원소의 자원 전략화에 대응하기 위해 착수한 전략원소 프로젝트나 세계 일류 소재연구 리더십을 목표로 하는 WPI(World Premier Institute) 프로그램에서 계산과학과 첨단 실험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유럽도 대표적 융합연구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2020’ 사업으로 전통적 유럽 기술력이 우수한 이론과 계산 분야를 통해 기초부터 산업응용에 이르기까지 시장에 근접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소재 설계와 개발을 위한 신개념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른바 ‘창의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신규 사업이 내년 출범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기존 실험 중심의 소재 연구를 뛰어넘어 계산과학, 다중물성법 등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실험연구에 접목하되 물리, 수학, 화학 등 다학제 간 융합연구체계를 구축, 한국형 소재개발연구 플랫폼을 완성하는 데 목표를 뒀다. 즉 단발적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재연구의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돼 지속적으로 창의적 신소재를 창출할 수 있는 화수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 소재연구의 흐름을 선도하는 ‘하이스루풋(High Throughput)’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다. 하이스루풋 연구란 단순히 여러 개의 계산 또는 실험을 병렬로 동시에 실시한다는 전통적 개념 외에도 천문학적인 수량의 계산 또는 실험 물량을 혁명적으로 줄이는 것을 말한다. 소재연구 때 엄청난 물량의 기초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함으로써 연구 성공률을 두 배 이상 높이고, 기간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이렇듯 신개념 소재연구 플랫폼을 구축해 바이오, 에너지환경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창의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우리 제조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김선재 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단장 sjkim1@nrf.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