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진 HIV…완전 무해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HIV, 그러니까 에이즈 바이러스(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치료가 곤란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선 HIV에 의한 치사율과 감염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약해진 HIV…완전 무해 가능성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HIV는 부드러운 형태가 되어 HIV가 에이즈를 발병하게 할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도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이대로 가면 HIV가 거의 무해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연구자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전 세계에는 현재 3,500만 명에 달하느 HIV 감염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의 몸 안에 있는 바이러스와 면역 체계 사이에 끝없는 싸움이 벌어진다.

HIV는 감염자의 면역 체계와 곧바로 일치시키지만 드물게 몸의 면역 체계가 강력하게 저항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때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일으키지만 이 과정에서 부담, 그러니까 복제 능력 저하가 일어난다. 이는 바이러스 감염률을 낮추고 에이즈가 발병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약화된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면서 약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경우 HIV가 심각한 문제가 됐었지만 연구팀은 보츠와나에서 확산된 HIV와 10년 뒤 유행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HIV를 비교해 HIV의 이런 약화 현상을 말한다. 보츠와나 바이러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것에 비해 복제 능력이 10% 낮았다는 것.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변화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일어났다면서 바이러스가 갖춘 복제 능력 저하는 바이러스 존재 자체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가진 RNA 바이러스류를 레트로 바이러스라고 부르는데 HIV 역시 이런 레트로 바이러스에 속한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따르면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도 HIV를 부드러운 형태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이런 약물은 바이러스 체내에서 증식 능력을 억제하는 한편 에이즈 발병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20년 전 보츠와나에서 HIV에 감염된 뒤 에이즈 발병까지 걸린 시간은 10년이었지만 지난 10년 동안 이 기간은 12.5년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런 식으로 점점 늘어간다면 미래에는 HIV 감염자라고 해도 에이즈가 발병할 일 없이 수십 년을 사는 게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더 나아가 HIV 약화에 따라 지금 우리보다 바이러스에 내성이 있는 인류가 나올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HIV는 인류에 거의 무해하게 될 것이다. 낙관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사건은 실제 역사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던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약화된 HIV도 위험하다는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이다. 에이즈를 발병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경고한다. 카디프대학의 앤드류 프리드먼 교수는 HIV의 전염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일이며 바이러스 약화는 에이즈 발병까지의 시간이 늘어나고 HIV 확산을 제어할 수 있게 될 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바이러스가 무해하게 될 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약화 자체보다는 치료 발전과 의료 일반화가 HIV를 과거의 산물로 남길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