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전기차·충전인프라 민간시장을 창출하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올해 전국 지자체 별 전기차 민간보급 계획작년 완성차 별 전기차 판매 대수 및 충전기 현황

새해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일반 내연 기관차에 비해 비싼 차 가격과 낮은 주행 성능, 충전 인프라 부족 논란에도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 별로 전기차 민간 보급 경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도 전기차 보급에 23개 지자체가 몰리면서 계획 물량 3000대 신청이 조기 마감됐다. 예년에 비하면 지자체 사업 참여율이 5배 가량 늘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지자체는 추가 물량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새해 국내 운행되는 전기차 수는 6000대를 넘을 전망이다. 전기택시·전기버스뿐 아니라 카셰어링·렌터카·충전인프라 등 다양한 민간 서비스 사업자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국가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핵심 ‘전기차’

전기자동차가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로 인해 국가 에너지 체계가 고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전기차 배터리에 담아둔 전기에너지를 자신의 가정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국가 전력망으로 보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수명이 다된 전기차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도 재활용하고 카셰어링이나 전기택시, 리스·렌탈 등 다양한 서비스 사업 기회도 무궁무진하다. 이 때문에 국내에도 ICT를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관련 융합 시장이 생겨날 전망이다.

환경부와 업계에 따르면 새해 국내 전기차 운행 수는 6000대를 넘어선다. 여기에 한국전력을 포함해 민간 주도의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자도 나온다. GS칼텍스·SK네트웍스·KT·포스코ICT 등이 전기차 수요 증가와 정부의 전력재판매 허용 등 정책 방향을 주시하며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연내 공공에 구축한 급속충전기 이용 요금을 결정할 방침이어서 결정된 요금 기준에 따라 민간 충전인프라 시장도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서울과 대전, 제주 등은 일반 택시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전기택시를 보급하는 한편 부산과 김포 등에서는 일반 버스노선에 전기버스를 투입한다. 국내 처음으로 대중교통 분야에 전기차를 활용한 민간 사업자가 탄생하는 것이다.

전기차 종류도 다양화해진다. 기존 보급차종은 기아차동차 ‘쏘울EV’, 르노삼성 ‘SM3 Z.E.’, 한국지엠 ‘스파크EV’, BMW ‘i3’, 닛산 ‘리프’를 포함해 새해 국내 출시를 확정한 아우디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 ‘A3 e-트론’ 등이 추가된다. 또 폴크스바겐(모델명 골프 GTE), GM(쉐보레 볼트)과 도요타(프리우스 PHEV) 등도 국내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에도 민간 보급에 환경부의 전기차당 보조금 1500만원과 지자체 추가 보조금(100만~8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 제거해야

전기차 민간 보급에서 충전인프라는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높은 차량 가격과 정부의 일방적인 보급정책도 시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서울시 전기차 민간 보급에 참여한 대다수가 충전기 설치를 위한 주민 동의를 얻지 못해 구매에 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주거 지역의 80% 이상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인 만큼 충전기를 포함한 전용 주차면 확보를 위해 주민 동의를 구해야 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차·르노삼성·BMW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상담 건수 273개 중 204건이 주민 동의서를 얻지 못해 전기차 구매를 포기했다. 여기에 최근 182대 전기차 보급에 선정된 시민 중 일부가 구매를 중도 포기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최근 주민 동의를 얻지 않고도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보급 정책을 일부 수정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인근 공공시설에 설치된 급속충전기 등 외부 충전기를 이용하겠다고 희망한 구매자에게는 충전기를 지원하지 않도록 했으며 자가 주택이 아닌 외부 사업장이나 시설물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도 허용했다. 또한 충전기를 설치하지 않고도 충전이 가능한 모바일 충전기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전력과 과금 처리 등에서 협력이 쉽지 않고 아직 국내에 설치된 사례가 없어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싼 전기차 가격도 민간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데다, 국내 출시된 일부 전기차 가격은 미국과 유럽보다 20~30% 비싸다.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과 제주, 창원 등 일부 지자체는 공동 구매를 통해서라도 차 가격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전기택시 등 사업자를 상대로 연간 공급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의 공동 구매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기간에 따른 구매 물량을 확정하기 때문에 20~30%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어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울러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에 따른 정부의 보조금 지원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규제를 통한 자생적 시장 창출이 어렵다면 보급 물량을 늘려서라도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업계는 내년도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대당 1500만원에서 1000만원선으로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개별 지원금은 줄이면서 보다 많은 전기차 구매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필수 전기차리더스협회장은 “한정된 예산에서 1500만원씩 3000대를 보급하는 것보다 대당 보조금을 1000원선으로 내린다면 5000대 이상 보급할 수 있어 규모의 경제면에서도 효과적일 것”이라며 “저탄소차협력금제 연기로 자생적 시장 창출이 어렵다면 보조금 지원보다는 시장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