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103> 비정상취업 좌담회-2

필요한 스펙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취업문은 점점 더 좁아지는 현실 때문에 취업준비생의 고민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흔히 취업준비생의 ‘취업이 힘들다’는 단순한 고민일 것 같지만 실제 취준생들의 고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취준생의 고민이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펀미디어에서 비정상취업 좌담회를 실시했다. 지난 1편에서는 취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된 사례와 대기업 집착남 사연으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이번 시간에는 ‘취업도피 이민’과 ‘명문대 집착남’ 사연을 준비했다.

취업특강현장
취업특강현장

◇비정상대표단 G6 소개

이재경 펀미디어 편집장

김예은 펀미디어 기자

취업준비생 대표(서강대 4학년)

대학생 취업지도 김 교수

황선희 YNK헤드헌터 이사

대기업 이 과장

-방송PD를 꿈꾸는 학생이다. 학력도 영어 실력도 외모도 전부 다 평범하다. 어렸을 때부터 방송PD가 되고 싶어 열심히 살아왔는데 취업준비생이 되고 보니 남들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었다. PD가 되지 못한다면 치열하고 각박한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 차라리 외국으로 가서 대학이라도 졸업해 여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원하는 직종에 취업이 힘들어 이민까지 고려하는 것은 비정상인가?(취업준비생, 23세)

▲이재경 편집장=정상이다. 현실도피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선택’이기에 비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한 이민이라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 현실을 떠나고 싶어서 선택한 이민이라면 크게 후회하게 될 거라고 말하고 싶다. 이전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보면 해외취업을 했다가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학생들의 수가 상당하다. 해외로 나간다고 해서 결코 쉽게 취업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예은 기자=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방송 일을 꿈꾸는 학생으로서 방송국 취업에 대한 힘들고 불안한 마음에 외국으로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취업준비생=비정상이다. 이민가면 여유로울 것 같다는 건 환상이다. 어느 곳이든 여행지가 아닌 생계의 중심이 된다면 돈 걱정·직장 걱정 등 삶이 여유롭지만은 않다.

▲김 교수=비정상으로 보인다. 이곳이 힘들면 그곳도 힘들다. 도피보다 도전을 선택하길 조언한다. 우연히 길을 잃은 곳에서 명소를 찾게 되는 것처럼 차선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더 빛나게 만들 수도 있다.

▲황 이사=비정상으로 여겨진다. 취업에 지친 건 이해하지만 여유로운 삶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도피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도 잃게 된다. 시야를 넓혀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길 바란다. 처음 목표대로 인생단계를 밟는 사람은 없다.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생각하고 인생의 템포 조절을 해 나가는 게 취업보다 더욱 중요하다.

▲이 과장=정상이라고 판단한다. PD라는 확실한 꿈이 있는 것이 대단하다. 지상파 방송국이 어렵다면 이민을 생각하기보다 작은 프로덕션에 입사해 먼저 경력을 쌓는 건 어떨까 싶다.

-4수를 해 서울 중위권 대학에 입학했지만 좀 더 상위권 대학에 욕심이 난다. 금융권 취업이 목표라 흔히 말하는 ‘SKY’에 꼭 가고 싶다. 내년에 휴학을 하고 편입 학원을 다닐까 고민 중인데 부모님께도 너무 죄송하다. 금융권 취업을 위해 명문대에 집착하는 것은 비정상인가?(취업준비생, 24세)

▲이 편집장=비정상이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다양화를 중시하므로 명문대가 합격에 유리하지 않다. 금융권은 영업이 주 업무이므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학교별로 일정 인원을 선발하는 사례가 많다. 물론 평판이 좋은 대학 출신의 합격자수가 더 많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학벌 자체가 합격을 보장한다는 논리는 잘못됐다. 명문대 편입보다 관련 역량을 키우는 데 시간을 투자할 것을 추천한다.

▲김 기자=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 SKY에 간다고 금융권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다. 지금 대학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은 안하고 왜 명문대에만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취업준비생=비정상으로 보인다. SKY 입시만큼 편입도 힘들다. 시기가 늦은 만큼 편입할 노력과 비용으로 현 대학에서 스펙을 쌓아 경쟁력을 높이는 게 훨씬 낫다.

▲김 교수=정상이다. 본인이 인생을 마칠 때 SKY가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면 재도전하길 바란다. 그러나 취업을 위해서라면 ‘동급최강’이 되는 게 좋을듯하다.

▲황 이사=비정상이다. 취업의 목표 설정 자체가 잘못 됐다. 금융권 내에도 수많은 직무가 존재한다. 그저 금융회사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4수에 편입까지 할 필요는 없다. 이미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기 때문에 금융권 입사 자체가 성공의 지름길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금융권 내에서도 ‘리스크관리 전문가’와 같은 구체적 목표 없이 편입을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 과장=비정상이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후 구체적 목표는 있는가.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이 모두 상위권 대학을 나왔다는 생각은 편견이다. 정말 금융권이 목표라면 명문대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내면을 키우길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