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향해 뛴다]시스트란인터내셔널

지난해 5월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이례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이 있었다. 국내 자동번역 솔루션기업인 씨에스엘아이가 89개 언어 번역 엔진을 보유한 이 분야 세계 최대 기업인 프랑스 시스트란을 인수합병한 것. 단숨에 세계 1위 자동번역 솔루션기업으로 올라섰다. 한국 SW기업이 한 분야에서 세계 1위라는 지위를 갖는 예는 극히 드물다. 한국 대기업이 해외에 지사를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씨에스엘아이는 당시 상호를 시스트란인터내셔널로 바꾸고 아시아·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동번역 솔루션 전문기업인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직원들이 통역비서앱과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있다.
자동번역 솔루션 전문기업인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직원들이 통역비서앱과 소프트웨어를 소개하고 있다.

22년 자동번역솔루션 한 우물만 파 온 씨에스엘아이가 시스트란과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이제 업력 47년의 장년기업 대열에 접어들었다. 최창남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사장은 “늘 소망하던 부분(글로벌 SW 1위 기업 달성)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제품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자동번역과 자연어처리 기술이다. 규칙기반(RBMT)과 통계기반(SMT) 기술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번역기술(HMT)이다. 최 사장은 “시스트란이 보유한 번역기술은 쓰면 쓸수록 번역품질이 올라가기 때문에 같은 언어라도 특정 산업분야는 번역 완성도가 90% 이상으로 올라간다”고 자부했다. 아시아·미주·유럽권 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 기술적인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고 고객이 늘어나 사용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번역품질이 올라가는 함수관계가 성립한다는 설명이다.

시스트란은 음성인식과 에이전트, 언어분석 처리기술을 연계해 기존 산업군의 외국인 노동자 소통을 위한 협력 도구뿐만 아니라 대외국민 서비스, 글로벌 고객 상담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비콘 등 새로운 컨버전스 분야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적 배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글로벌기업답게 해외 시장 공략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각각 60억원씩의 매출액을 올린 프랑스와 미국 지사 영업을 강화하는 한편, 일본과 중국에도 교두보를 마련하고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최창남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최창남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대표이사 사장

최창남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사장

“5년 후 시스트란 번역기술은 모든 디바이스로 진화해 있을 것입니다. 언어 간 소통이 필요한 곳도 국가뿐만 아니라 집·자동차·공공시설·학교(교실·도서관 등), 다문화가정 등으로 확산하는 등 주변 환경이 바뀔 것입니다.”

최창남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사장은 “각국에 분산돼 있는 모바일·반도체 등 첨단 분야 연구개발(R&D) 지식을 공유하려면 언어가 필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솔루션이 필요한데 IoT·클라우드컴퓨팅·빅데이터에 자동번역과 음성인식 기술을 연계하면 해결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동번역할 수 있는 각 나라 언어세트만 있으면 글로벌 제조사 콜센터 고객문의도 언어장벽 없이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사람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수한 언어공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지난해 부산외국어대학교와 손잡고 ‘언어처리 창의융합학부’를 만들어 지원하기로 했다”며 “언어공학과 음성인식 분야 석학들과 함께 커리큘럼을 마련해 외국 기반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자동번역·음성인식 기술을 다양한 산업과 결합하면 엄청난 잠재 시장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최근 구글·MS 등이 유사한 기술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이는 시장 잠재력이 그 만큼 크기 때문으로 해석한다”며 “시스트란은 이들 기업이 생기기 전부터 기술을 개발해 왔고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교우위에 있다”고 덧붙였다.

최 사장이 올해를 합병 이후 글로벌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원년으로 보고 투자를 강화하는 이유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