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106> MBC 김완태 아나운서가 꼽은 아나운서 필수자질

예능에서 스포츠, 교수까지. MBC 간판 스포츠캐스터 ‘MBC 김완태 아나운서’가 걸어온 길이다. 쉴 새 없이 바쁘게 일하지만 이로 인해 행복하다는 김완태 아나운서를 상암동 MBC사옥에서 만났다.

김완태 아나운서
김완태 아나운서

-어떻게 아나운서가 됐나.

▲취업이 잘 되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과를 가려고 회계학을 전공했는데 잘 맞지 않았다. 회계사 공부도 두 달 동안 했지만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MBC 아나운서 공채에 지원하게 됐다. 시험 볼 당시에는 뉴스에 어울리는 격식 있는 목소리가 아나운서 상으로 뽑혔던 때였다. 전형적인 뉴스 앵커의 목소리와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할 수 있었고 합격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

-입사 당시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었나.

▲입사 당시에는 예능을 하고 싶었다. 최근에는 아나운서가 예능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아나운서를 보기 드물었다. 그래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심지어 코미디 프로그램도 1년을 했다. 인터넷 발달이 안 됐던 때라 이슈화가 잘 안 됐다. 시대를 앞서갔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은 어떤 방송을 맡고 있나.

▲여러 방송을 했지만 지금은 스포츠를 하고 있다. 각 나이 대에 맞는 방송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10년 이상 기다려야 스포츠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포츠를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회사에서 부장급이기 때문에 직접 방송에서 진행을 많이 하기 보다는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다. 후배 아나운서들의 프로그램을 배정하고 관리한다. 예능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양보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나운서는 방송진행 외에도 다른 업무들이 많다고 들었다.

▲아나운서도 회사원이라 똑같이 출퇴근을 한다. 9시 출근, 6시 퇴근이지만 각 프로그램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아침 방송이면 좀 더 일찍 출근을 하고 저녁 방송이면 늦게 출근을 한다.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 외에도 MBC 아나운서는 ‘우리말 나들이’ 프로그램 제작, 홈페이지 관리 및 제작, 라디오 뉴스 등 방송 외적으로도 업무가 많다. 일반 회사처럼 차장, 부장, 국장으로 올라 갈수록 아나운서를 관리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아나운서는 선택되는 직업이다. 누군가 나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다. 무언가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싶지만 진행자가 방송을 이끌어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방송을 하면 돋보이고 마냥 화려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이면에 어려움이 많다. 유명세를 타는 아나운서는 많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 튼튼해야 한다. 요즘은 젊음과 예쁨으로 승부하려 하는데 오래가려면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오랜 기간을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기본이 튼튼했던 분들이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자질을 꼽는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일을 많이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힘들다. 방송을 여덟 개 하다가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프로그램 하나를 녹화하는 데에도 5~6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체력이 있어야만 방송 일을 할 수 있다.

-체력 외에 아나운서로서 갖춰야 할 자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먼저 세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정신적 건강을 가져야 한다. 세상을 따뜻하고 관심 있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중요하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그 경험을 방송에 녹여낼 수 있다. 방송을 하고 싶다면 젊은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 여행, 아르바이트, 봉사 가리지 말고 많이 해본다면 그게 방송에 다 드러난다. 다 경험하기 어려울 때는 책을 통한 간접경험도 좋다. 새로운 표현이나 좋은 내용들도 배울 수 있다.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가장 큰 오해를 꼽는다면.

▲좋은 소프트웨어가 우선돼야 한다. 좋은 외적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자신을 발전시켜야한다. 스펙이 뛰어난 사람은 많기 때문에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토익 만점, 유학 경험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외모, 목소리, 학벌이 아니라 다른 방송인과 차별화되는 점을 찾아 잘 살렸을 때 좋은 아나운서, 기억에 남는 아나운서가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후배 아나운서로 입사 했으면 좋겠나.

▲방송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 해야 한다. 오히려 공부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 아나운서가 될 사람들은 여러 사람한테 잘 하고,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어야 한다.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 일을 해서 행복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준비했으면 한다.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게 목표라면 불행해 질 수 있다. 아나운서는 돈과 명예를 가져다주는 직업이 아니다. 또 이 길이 정말 내 길인지 생각해야 한다. 긴 시간 동안 준비하지 말고 목표를 정해야 한다. 3년 안에 안 되면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 길을 도전해도 될 것인지 멈춰야 할 것인지 스스로 꼭 판단해야 한다. 이 일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면 작은 곳에서라도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지상파 방송국만을 원하는 것은 개인의 욕심이다. 한 명이라도 내 방송을 듣고 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하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