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실내 내비게이션 활용 등 최신 기술 동향을 반영한 전자지도 표준이 나온다. 전자지도가 단순 길 안내 차원을 넘어 자동차를 스스로 제어하는 자율주행 핵심 기술로 떠오른 것이 배경이다. 이 작업에는 우리나라 업계도 참여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표준 마련이 기대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연내 ADAS용 전자지도 표준의 핵심 내용을 확정한다. 현재 지리정보 모형화(모델링) 방식에 대한 가안이 나온 상태로, 이를 개정·보완하는 작업이 남았다. 구축된 지리정보 데이터의 물리적 표현 방식까지 표준으로 제정할지 여부는 올해 4월과 10월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이 같은 내용이 확정되면 정식 표준으로 간행되는 데는 약 2년이 걸릴 전망이다.
ADAS용 전자지도는 ‘지도 기반 ADAS(Map Enabled ADAS)’의 핵심 요소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적응형순항제어장치(ACC), 차선유지지원장치(LKAS) 등 대부분 ADAS 기능은 센서와 카메라·레이더 기반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도로·지리정보를 나타낸 전자지도를 결합하면 제어 정확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갈 길을 미리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센싱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전 단계 기술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자동차도 그룹 내 계열사와 함께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올해 초 1차 프로젝트를 마쳤고, 이달 말 2차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2차 프로젝트에서는 도로 곡률 정확도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 상용화 관건이었던 관련 표준이 확정되면 프로젝트 결과물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실내 내비게이션용 지도 표준화도 올해 추진된다. 현재 ISO 산하 위킹그룹(WG) 17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되고 있는 단계로, 다음 달 정식으로 표준화 작업이 건의될 가능성이 높다. NP(New Proposal)’ 제출이 승인되면 ISO 차원의 표준화 작업이 본격화한다.
실내 내비게이션은 주차장·대형 건물 등의 실내 경로를 안내한다. 아직 실내 측위 기술이 부족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연구·개발과 표준화 작업이 병행되야 한다. 우리나라 전자지도 전문기업도 이 작업에 참여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표준 마련이 기대된다. 기존 실외 내비게이션용 지도 표준은 온보드 데이터베이스(DB)가 CD-ROM 형태로 정의되는 등 국내 업계 현실과 맞지 않았다.
차세대 전자지도 표준화 작업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업체 간 협업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내 업체의 지도 구축 방식이 모두 달라 국제표준 대응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외적으로 표준 제정에 적극적이지만 수년 전 지도 데이터 공동 구축·활용 시도가 실패하면서 모든 업체가 독자적으로 모델링을 하고 있다”며 “중복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공유 가능한 부분은 공유하는 것이 향후 표준 대응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