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한 SW 생태계 마련 위해 `을`들이 뭉친다

소프트웨어(SW) 업계 브레인으로 구성된 SW조합이 이달 출범한다. 개발자·기획자·디자이너 등이 참여해 조합형태 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SW 초기기획 단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영역 전문가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 시너지 효과도 높인다. 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계약, 복잡다단한 하도급 구조를 개선해 건전한 SW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목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W 전문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SW개발융합회사(SDC)’가 이달 말 출범한다. 발생한 수익을 조합원에게 공평하게 분배하는 일종의 SW개발 협동조합이다.

‘SW개발융합회사(SDC)’ 출범을 앞두고 소프트웨어(SW) 업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천우 미래엔씨티 대표, 민동국 컨설턴트, 선웅규 후앤후 대표, 이영희 에스엘비코리아 CTO, 조진현 롤리플로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은철 아이티에스 대표.
‘SW개발융합회사(SDC)’ 출범을 앞두고 소프트웨어(SW) 업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최천우 미래엔씨티 대표, 민동국 컨설턴트, 선웅규 후앤후 대표, 이영희 에스엘비코리아 CTO, 조진현 롤리플로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은철 아이티에스 대표.

SDC는 기업지원서비스 및 거래 플랫폼 개발업체 후앤후 선웅규 대표 아이디어에서 착안됐다. 선웅규 대표는 “업계에서 개발자는 ‘을’ 관계에 놓이기 때문에 임금 등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한다”며 “최고 능력을 소유한 개발자 모두가 ‘갑’ 입장에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구축이 시급했다”고 설명했다. 뿌리깊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과 갑을 구조 사업 발주가 SW 생태계를 망친다는 분석이다.

선 대표는 조합 형태 SW회사 SDC 설립을 결심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개발자·기획·디자이너 등 전문가가 조합원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사업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조직이 비대하면 나태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SDC 참여 조합원수를 49명으로 제한했다. 소기의 성과가 달성됐다고 평가되면 49명 정원 2호·3호 SDC를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SW 개발 프로젝트 수행에서 얻은 수익 전체를 조합원에게 배분한다. SDC가 가져가는 수익은 전혀 없다.

SDC 설립 아이디어를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공유하자 다양한 직군에서 참여희망자가 몰렸다. 전직 기업은행·시티은행 매니저, 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도매 전사자원관리 컨설턴트, 호스팅·유지보수기업 대표, 콘텐츠 유통업체 대표, 주차·물리적 보안 정보기술(IT) 기업 대표 등 분야도 다양하다. 현재 30여명 조합원이 확정됐다.

이달 말 출범할 1호 SDC 운영은 권영해 IT컨설턴트가 맡는다. 산업별로 다양한 전문가가 모인 만큼 안정된 사업 수주는 물론이고 유통 및 영업 네트워크도 탄탄하다. 중국 등 해외 사업을 추진할 조합원도 확보했다.

SDC에 참여하는 임베디드SW 엔지니어 박 모씨는 “SDC를 통해 안정적 고용보장과 함께 부가 지원을 받길 기대한다”며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가 힘을 모아 우리 SW 수준을 높이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경 없는 SNS를 활용한 덕에 외국 상주 조합원도 확보했다. SDC 기획지원을 담당할 교포 이 모씨(미국 뉴욕)는 스타트업 경험을 토대로 미국 광고IT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해외에서 거주해도 언제 어디서나 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도 SDC의 강점이다.

선웅규 대표는 “건전한 SW 사업문화를 만들어 개발자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다양한 산업·사업 영역 전문가가 서로 융합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