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원 투자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RTCS)’ 사장 위기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KRTCS와 ETCS 레벨2 비교

철도통신과 열차제어시스템 국산화를 목표로 2010년부터 450억원을 투입한 롱텀에벌루션(LTE) 기반 ‘한국형 열차제어시스템(KRTCS)’이 사장 위기에 몰렸다.

국토교통부는 KRTCS 개발 사업을 1단계로 종료했다. 2단계부터 ‘유럽 열차제어시스템(ETCS) 레벨2’ 기술 기반인 ‘한국형 ETCS(KTCS)’를 개발키로 가닥을 잡았다.

국토부는 해외에 진출하려면 ETCS 기반 KTCS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LTE-R와 KRTCS는 국내 기술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KRTCS 진영은 ETCS가 유럽 철도 관련 6개 기업이 세계 시장 독점을 위해 만든 기술이라며 맞섰다. 연간 6761억원 경제성을 갖는 세계 최초 LTE-R 개발·선점과 KRTCS 국제화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한국철도시설공단 주최 ‘열차제어시스템(KTCS) 국산화를 위한 공청회’ 이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초 공청회는 KRTCS와 KTCS 중 2단계 열차제어시스템 개발 사업에 쓰일 기술을 논의하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KRTCS 사업을 종료하고 2~3단계는 KTCS로 전환을 기정사실화하는 자리가 됐다.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국토진흥원 등은 KRTCS가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라 세계화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ETCS는 표준으로 세계화가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철도 구간 상당수가 ETCS 레벨1을 쓰고 있어 국내 환경에 맞고 유라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 시 호환성 확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은호 국토진흥원 실장은 “ETCS 레벨2를 만들 때 유럽 일부 기업이 주도한 것은 맞지만 국제철도연합회(UIC) 코드를 쓰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도 이에 기반을 두고 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며 “KRTCS와 LTE-R는 150㎞까지 시험한 도시철도용으로 여기 쓰인 LTE-R의 고속 안정성 문제를 개선해 KTCS를 개발하는 게 2단계 연구 핵심”이라고 말했다.

ETCS 문서 하단에 `해당 문서 재산권은 6개 기업에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ETCS 문서 하단에 `해당 문서 재산권은 6개 기업에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GS건설을 비롯해 수요자 기관과 철도 전문가는 정부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지멘스 등 ETCS 개발 6개 유럽 철도기업은 ETCS 기술을 규정하는 모든 문서에 ‘이 문서의 소유권은 6개 기업에 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업계는 이 상황에서 ETCS에 기반을 두고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KRTCS는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표준을 준수해 누구나 기술만 있으면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용 기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모든 국가가 유럽 종속을 탈피하고자 고유 열차제어기술을 확보한 상황에서 독자 개발 기술을 버리고 유럽 기술을 따르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KRTCS 2단계에 쓰일 예정이던 예산 270억원을 ETCS용으로 전환 사용할 계획”이라며 “일관성 없는 정책 탓에 독자 기술로 세계 시장 선도를 꿈꿨던 KRTCS는 일부 도시철도에만 사용되다가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0년부터 3단계로 나누어 LTE-R를 이용한 KRTCS 개발 사업을 추진, 지난해 7월 1단계 도시철도용 KRTCS 사업을 완료했다. 연이어 추진 예정이던 2단계(일반철도) 사업은 ETCS 기반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1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KRTCS와 ETCS 레벨2 비교 자료:업계 종합>


KRTCS와 ETCS 레벨2 비교 자료:업계 종합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